‘저걸 어떻게 쳐?’ 지면에서 고작 27cm 높았는데…데버스의 ‘역대급’ 골프 스윙 홈런, 구단 신기록 썼다

[SPORTALKOREA] 한휘 기자= 라파엘 데버스(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골프 스윙’은 구단 역사에 남을 한 방이었다.
데버스는 2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트루이스트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원정 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5타수 3안타(2홈런) 4타점 2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첫 타석부터 안타를 쳐낸 데버스는 5회 초 3번째 타석에서 우측 담장을 넘는 솔로 홈런(18호)을 쳐냈다. 0의 균형을 깨는 선제 홈런이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인상적이다. 데버스는 3-2 풀카운트에서 애틀랜타 선발 투수 스펜서 스트라이더의 7구 낮은 슬라이더에 배트를 냈다. 스트라이크 존 한참 아래로 낮게 떨어지는 공이었다. 평범한 타자라면 헛스윙 삼진이 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데버스는 달랐다. 무릎을 굽혀 절묘한 컨택으로 공을 맞혔다. 자세가 불안했음에도 타구 속도가 시속 92.5마일(약 148.9km)까지 나왔다. 여기에 33도라는 적절한 발사각이 더해진 덕에 비거리 357피트(약 108.8m)짜리 홈런이 된 것이다.
피치 트래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데버스가 친 공은 지면에서 고작 0.9피트(약 27.4cm) 높은 곳에서 홈 베이스를 통과하고 있었다. 그것을 퍼 올려서 담장을 넘겼다. 데버스의 훌륭한 타격 기술과 펀치력이 드러난 장면이다.

데버스는 이 홈런으로 피치 트래커가 도입된 2008년 이후 샌프란시스코 역사상 2번째로 낮은 공을 홈런으로 연결한 선수가 됐다. 그런데 이 부문 1위인 작 피더슨(현 텍사스 레인저스)의 경우 마운드에 오른 야수의 공을 때려낸 것이다. 투수의 투구를 받아친 선수로 범위를 좁히면 데버스가 ‘구단 신기록’이다.
심지어 데버스는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에도 0.9피트 높이의 공을 홈런으로 연결한 적이 있다. 0.9피트 이하의 높이로 날아온 공을 2번 이상 홈런으로 연결한 선수는 MLB에서 데버스 포함 단 3명 뿐이다.
데버스는 6회 초 이어진 타석에서 스트라이크 존 낮게 오는 공을 강타해 비거리 410피트(약 125m)의 대형 스리런포(18호)를 쳐내며 이날만 2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그야말로 물 오른 타격감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도 9-3으로 이겼다.

데버스는 6월 16일 대형 트레이드로 샌프란시스코에 합류했다. 타선의 무게감이 빈약한 샌프란시스코를 도울 ‘구세주’로 기대를 모았지만, 트레이드 후 전반기 종료 시점까지 25경기에서 타율 0.202(89타수 18안타) 2홈런 10타점 OPS 0.656의 아쉬운 성과만 남겼다.
이에 팬들 사이에서도 실망한 목소리가 나왔다. 데버스는 지난 2023시즌을 앞두고 당시 소속팀이던 보스턴과 2차례에 나누어 도합 11년 3억 3,100만 달러(약 4,556억 원)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이를 샌프란시스코가 넘겨받자마자 부진하니 볼멘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올스타전 휴식기 이후 5경기에서 타율 0.333(21타수 7안타)으로 조금씩 반등의 기미를 보이더니, 기어코 이적 후 첫 ‘멀티 홈런’ 경기까지 펼쳤다. 그 과정에서 특유의 절묘한 타격 기술까지 선보였기에 더욱 의미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올 시즌 타격 부진 때문에 팬들로부터 좋지 않은 소리를 들어 왔다. 이달 들어 6연패에 빠지는 등 부진하면서 비판이 극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2경기에서 연이어 9득점을 올리며 반등을 알리고 있다. 그 중심에 데버스가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MLB.com 게임데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