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후보’ 비판이 엊그제 같은데…‘10연승’ 막아 세운 케이브의 맹활약, ‘타격·수비·허슬’ 완벽 그 자체!

[SPORTALKOREA] 한휘 기자= 한때 ‘방출 후보’라고 꼽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제이크 케이브(두산 베어스)는 팀에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됐다.
케이브는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주중 3연전 2번째 경기에 3번 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2홈런) 3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첫 타석부터 방망이가 매섭게 돌았다. 1회 1사 1루에서 한화 선발 투수 황준서의 4구 포크볼을 제대로 퍼 올렸다. 170.8km/h의 속도로 날아간 타구는 126m의 비거리로 우측 담장을 넘어 관중석에 떨어졌다. 시즌 9호 선제 투런포가 터졌다.

케이브를 시작으로 1회에만 홈런 3개가 터져 나오며 두산은 일찌감치 4-0으로 앞서나갔다. 그리고 4회 3번째 타석에서 다시금 한 방을 날렸다. 이유찬의 투런포(1호)로 주자가 지워진 가운데 케이브도 엄상백의 4구를 통타해 재차 우측 담장을 넘겨버렸다.
관중석 상단까지 날아갈 만큼 큰 타구였다. 속도는 171.6km/h, 비거리는 무려 133.9m에 달하는 시즌 10호 홈런이었다. 황준서에 이어 엄상백까지 무너뜨리며 두산은 10-0으로 달아났다. 케이브는 6회에도 좌전 안타를 추가하며 팀의 13-2 대승을 견인했다.
두산이 마지막으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것은 5월 28일 KT 위즈전(12-3 승리)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베테랑 타자들의 부진과 영건들의 적응기 속에 타격이 비교적 오락가락했는데, 이번에 간만에 10득점 이상 얻어내는 화력을 선보였다.
타격과 투구 양면에서 ‘수훈갑’이 많은 경기였지만, 케이브의 활약을 빼고 말할 수는 없다. 이날만 2개의 홈런을 터뜨린 케이브의 올 시즌 성적은 84경기 타율 0.310 10홈런 51타점 13도루 OPS 0.827이 됐다.

한때 ‘퇴출설’까지 나왔던 점을 생각하면 매우 인상적인 성과다. 케이브는 5월 하순부터 추락하는 팀과 함께 부진에 시달렸다. 6월 17일 경기 후 시즌 OPS가 0.705까지 내려갔다. 외국인 타자에게 기대할 성적이 전혀 아니었다.
바닥을 치고 나니 올라갈 일만 남았던 걸까. 케이브는 이후 맹타를 휘두르며 그 전의 부진을 말끔히 지워버렸다. 6월 18일 이후 22경기에서 타율 0.405(84타수 34안타) 6홈런 25타점 OPS 1.186으로 펄펄 난다. 동 기간 타율과 타점, OPS 리그 1위를 질주한다.
7월로 범위를 좁혀도 케이브보다 뜨거운 선수는 좀체 없다. 13경기에서 타율 0.385 4홈런 14타점 OPS 1.171로 월간 50타석 이상 들어선 선수 가운데 타율 5위, OPS 4위를 기록 중이다. 잠실을 홈으로 쓰는 선수 중에는 OPS가 가장 높다.

타격 성적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일단 코너 외야수로 흠잡을 곳 없는 수비력을 갖췄다. 19일 SSG 랜더스전에서는 석정우의 깊은 타구를 펜스 근처까지 달려가 슬라이딩 캐치로 잡는 호수비로 박수를 받기도 했다.
특유의 ‘허슬’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미국 시절부터 보여준 승부욕으로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훈련부터 경기까지 최선을 다하며 젊은 선수들의 ‘교본’이 됐다. 친화력도 좋아 선수들과 두루두루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에 케이브가 재계약에 성공하면 두산의 차기 주장으로 낙점해야 한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흔히 야구 잘하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따라오는 “당장 여권 불태워라”라는 농담도 이어지고 있다. 여름의 뜨거움을 이어 간다면 재계약은 따 놓은 당상일지도 모른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