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수가’ KBO리그 MVP, 끝내 로스터에서 사라졌다…‘5G ERA 13.25’ 페디, 세인트루이스에서 ‘DFA’

[SPORTALKOREA] 한휘 기자= 2023시즌 KBO리그 MVP의 ‘역수출 도전’은 이대로 실패로 끝나는 걸까.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24일(이하 한국시각) “우완 투수 안드레 그라니요를 트리플A 멤피스 레드버즈에서 콜업했다”라며 “우완 투수 에릭 페디를 양도지명(DFA) 조치했다”라고 알렸다.
DFA 처리된 선수는 즉시 MLB 현역 로스터와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되고 웨이버 공시된다. 3일 내로 웨이버 클레임으로 영입할 의사를 밝히는 팀이 없으면 일주일 내로 방출과 트레이드, 마이너 강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
페디는 MLB 서비스 타임(등록 일수) 5년을 넘겨 마이너 리그 거부권을 갖고 있다. 페디가 거부권을 풀고 강등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세인트루이스를 떠나야 한다. 사실상 ‘방출 대기’다.

페디는 2017시즌부터 6시즌 동안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5선발급 자원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2023시즌을 앞두고 NC 다이노스와 계약하며 한국 무대를 밟았다. 페디 커리어의 ‘전환점’이었다.
현역 빅리거가 KBO리그에 오니 말 그대로 수준이 달랐다. 30경기 180⅓이닝을 던지며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9탈삼진으로 ‘투수 트리플크라운(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3관왕)’을 달성했다. 투수 골든글러브와 MVP 모두 페디의 차지였다.
한국에서 ‘스텝업’한 페디에 미국 팀들이 관심을 가졌다. 결국 2024시즌을 앞두고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약 206억 원)에 계약하며 ‘금의환향’했다.

첫 시즌은 성공적이었다. 화이트삭스 유니폼을 입고 21경기 121⅔이닝 7승 4패 평균자책점 3.11로 호투하며 몰락한 팀의 ‘우완 에이스’ 노릇을 했다. 이에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선발 보강을 노리던 세인트루이스가 ‘삼각 트레이드’로 페디를 영입했다.
트레이드 후에는 페이스가 다소 처졌으나 31경기 177⅓이닝 9승 9패 평균자책점 3.30이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1년만 더 기세를 이어 활약하면 FA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리라는 희망을 남겼다.

그런데 올 시즌 부진에 빠졌다. 6월 중순까지는 페이스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5경기에서 승리 없이 4패 평균자책점 13.25(17⅔이닝 26실점)라는 끔찍한 부진에 빠졌다. 피안타 33개에 피홈런 8개로 공에 힘이 사라졌다.
이러한 부진 탓에 올 시즌 성적은 20경기 101⅔이닝 3승 10패 평균자책점 5.22로 나빠졌다. 지난 23일 ‘최약체’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도 3이닝 7피안타(2피홈런) 5탈삼진 1볼넷 6실점으로 망가진 것을 본 세인트루이스 구단도 결국 결단을 내렸다.

물론 MLB 경력 자체가 끊길 가능성은 작다. 750만 달러(약 100억 원)의 연봉은 성적 대비 비싸긴 해도 그렇게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라 다른 팀의 ‘클레임’ 영입을 기다려볼 만하다.
클레임이 없어도 방출 후 이적은 충분히 가능하다. 만약 웨이버를 통과하면 올해 잔여 연봉은 세인트루이스가 부담하기 때문에 페디의 이적 가능성은 오히려 올라간다. 선발진 말석을 채울 선수가 필요한 구단이 영입을 제의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한 팀의 에이스급 투수로 활약하며 ‘역수출 신화’ 대열에 합류했던 점을 생각하면 이렇게 ‘방출 대기’ 신세가 된 것 자체가 페디에게는 씁쓸한 일이다. 과연 반등을 일궈낼 수 있을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