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공포의 체인지업' 앞세운 PHI 산체스, NL 사이영상 전쟁 참전

[SPORTALKOREA] 이정엽 기자= 폴 스킨스(피츠버그 파이리츠)와 잭 윌러(필라델피아 필리스)의 2파전처럼 여겨졌던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경쟁에 복병이 등장했다.
크리스토퍼 산체스(필라델피아 필리스)는 지난 2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출전했다.

산체스는 1회부터 펄펄 날았다. 선두 타자 롭 레프스나이더를 2루 땅볼, 로만 앤서니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이어 알렉스 브레그먼까지 2루 땅볼로 처리하며 가볍게 첫 이닝을 마쳤다.
3회까지 단 한 명의 타자에게도 안타를 허용하지 않은 산체스는 4회 레프스나이더에게 던진 시속 94.9마일(약 152.7km) 싱커가 가운데로 몰려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후 흔들림은 없었다. 5회도 삼자범퇴로 처리하더니 6회에는 공 13개로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8회까지 1실점으로 막은 산체스는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앤서니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이어 브레그먼은 3루 직선타로 물러났다. 마지막 타자 로미 곤잘레즈에게 시속 86.3마일(약 138.9km)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그는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산체스의 최종 기록은 9이닝 4피안타 12탈삼진 1실점. 볼넷은 단 한 개도 허용하지 않았으며, 이번 시즌 첫 완투승을 거뒀다.

지난 시즌 31경기에서 11승 9패 평균자책점 3.32를 기록해 필라델피아 선발의 한 축으로 떠올랐던 산체스는 이번 시즌 기량이 완전히 만개한 모습. 패스트볼 구속도 지난해에 비해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결정구로 활용하는 체인지업이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마구 수준으로 성장해 상대 타자를 당황시키고 있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산체스의 이번 시즌 체인지업 구사 비율은 36.8%였다. 평균 시속 86.1마일(약 138.6km)인 그의 체인지업은 순간적으로 떨어지는 날카로운 움직임을 통해 상대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고 있다. 이번 시즌 그의 체인지업 헛스윙률은 무려 47.3%에 이른다. 피안타율 역시 0.136에 불과해 상대 타자들이 건드리기조차 어려운 공이다.
지난 8일에는 '코리안 리거'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역시 산체스의 체인지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이정후는 무사 만루 찬스에서 산체스의 바깥쪽 아래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속수무책으로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산체스는 강력한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이번 시즌 삼진 개수가 월등하게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9이닝당 7.6개의 탈삼진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9.7개로 올랐다. 강력한 체인지업 덕분에 시즌 성적 역시 20경기에 출전해 9승 2패 평균자책점 2.40으로 상당히 좋아졌다.
뛰어난 퍼포먼스를 이어가면서 산체스는 NL 사이영상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재 가장 유력한 NL 사이영상 후보로 꼽히는 선수는 스킨스와 윌러다.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5승에 그쳤으나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1.91)을 기록하고 있는 스킨스는 현재 FWAR(팬그래프 기준 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4.2, BWAR(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 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5.3을 기록해 모두 전체 1위에 올랐다.
산체스와 비슷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윌러(9승 3패 평균자책점 2.39)는 FWAR 3.9, BWAR 5.1로 스킨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바로 뒤에는 산체스가 있다. 그는 FWAR 3.6, BWAR 5.2를 기록해 사이영상 3파전 구도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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