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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땐 평범하고 싶었죠" 정보윤, 얼떨떨 4강부터 열렬 'LG 팬밍아웃'까지 [인터뷰]

스포츠뉴스 0 75 12.29 12:32

"어릴땐 평범하고 싶었죠" 정보윤, 얼떨떨 4강부터 열렬 'LG 팬밍아웃'까지 [인터뷰]

 

 

(MHN스포츠 용산, 권수연 기자) 지난 6일, 프로당구 LPBA는 여자부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려왔다. 2001년생 언더독이 강호 이우경을 꺾고 4강에 처음으로 올랐다는 소식이었다.

 

만 23세 정보윤은 지난 22-23시즌 LPBA에 데뷔해 현재 프로 두 시즌 차에 접어들었다. 직전 최고 성적은 종전 최고 성적은 지난 시즌 9차투어(크라운해태 챔피언십)서 거둔 32강이다. 

 

올 시즌에도 최고 성적이 64강에 그치는 듯 했지만 7차 투어 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PPQ(1차 예선전)부터 양혜영-김한길에 이어 'LPBA 퀸' 김세연(휴온스)을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어 김보라, 강지은(SK렌터카), 이우경까지 이름 쟁쟁한 선수들이 정보윤의 큐 앞에 잠시 고개를 돌렸다. 

 


 

이미 PBA 팬들은 정보윤이 뜨기 전부터 가능성을 샅샅이 주목하고 있었다. 본디는 하기 싫었다던 당구를 아버지의 권유로 인해 시작했던 과거사부터 4강에 올랐던 '돌풍 비결'까지. 그의 단정한 외모 역시 그의 스타성을 돋보이는 발판 중 하나다. 

 

지난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용산 소재 연습장에서 MHN스포츠와 만난 정보윤은 자신의 이야기를 여유롭게 풀어놓았다.

 

이하 LPBA 정보윤 일문일답

 

- 아버지를 따라 당구에 입문했다고 들었다. 처음엔 관심이 없었고 어렵게 연습을 했다고. 원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었는지?

고교시절부터 당구를 쳐와서, 딱히 큰 꿈 같은건 없었던 것 같다. 대신 평범한 삶을 지내보고 싶었다. 평범하게 대학에 가서 공강시간에 맛있는 것도 먹고, 친구들과 맥주 한 잔 하고 CC같은 것도 해보는 것. 학창시절은 솔직히 재미가 없었다. 학교 끝나면 바로 당구장으로 출발해서 연습하고 밥 먹고 1~2시간 정도 치다 집에 가고 그랬다. 그때는 어린 마음에 열심히는 안했던 것 같다(웃음) 

 




 

- 아버지는 왜 그렇게 당구를 시키고 싶어 하셨나?

아빠가 워낙 당구를 좋아하시기도 하고 블루오션일거라고 꾸준히 얘길 하셨다. 제가 실력만 잘 쌓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으셨던 것 같다. 하지만 저보다 훨씬 더 잘 치고, 외모도 더 예쁜 언니들이 이미 프로당구에 너무나 많아서 의문을 가졌다(웃음) 처음 프로가 출범하지 않았을 때부터 아버지가 선수를 권유하셨다. 그러다 제가 당구를 치기 시작하면서 프로당구가 생겼다. 그때부터 아버지가 자기 관리와 함께 실력을 쌓아 프로에 도전하라고 말씀하셨다. 어릴땐 좀 통통하기도 했는데 다이어트 겸 당구장 한두시간 거리를 걸어다녔던 것 같다.

 

- 그 시기가 멘탈적으로 상당히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당구를 시작했을땐 사실 너무 놀고 싶은 나이기도 했다. 학교 끝나면 친구들이 어딘가 놀러가고 하는데 못 꼈고, 놀지 못하다보니 학교에 가서 친구들 대화에 끼기도 어려웠다. 하기 싫은 것을 자꾸 하라고 하니 우울증이 심하게 온 적도 있다. 하지만 아버지가 엄격하셔서 방법이 없었다. 그때 약간 오기로 쳤던 것 같다. 기억에는 당구 시작하고 3~4년 정도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역삼 연습장에서 쳤는데, 아버지가 가게에서 점수판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전화로 꾸짖기도 하셨으니까. 어려서 반항도 많이 했고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아무래도 '내가 빨리 잘 해서 이 상황을 벗어나야겠다'라고 생각했었다.

 

- 반대로, 프로가 되고나서 '당구하길 잘했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는지?

성적이 잘 나올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다. 시합에서 좋은 성적을 가져오면 우울할 때도 동기부여가 되더라. 특히 아버지 간섭이 줄어든다(웃음) 프로에 와서 성적이 얼마간 안 날땐 정말 힘들었다. 프로에 오고 나서는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성적이 정체된 적이 있었다. 한 2년 정도? 공 치는 스타일이나 그런건 늘었는데 애버리지는 멈춰있고 핸디도 정체됐었다. 또래 친구들이 치고 올라가는걸 보면서 조급했는데 그게 성적에 독이 됐던 것 같다. 또 어린 친구들이 치고 올라오면 내 자리가 없어질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불안감도 컸고 그래서 힘들었다. 

 

- 7차전에서 4강까지 뛰어올랐다. 본인의 최고 성적을 막 경신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

솔직히, 어리둥절했다. 사람이 너무 기쁘면 아무 감각이 없어진다고 해야하나. 공중에 떠있는 것 같은 느낌이더라. '꿈인가?'라고 생각했다. 김보라 선수와 32강에서 만날때 솔직히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다. 그리고 첫 세트도 내주면서 시작했다. 좀 많이 걱정했고, 자신감이 없는 상황에서 시작했는데 2, 3세트를 따고 저에게 기세가 기울었다. 거기서부터 상대가 당황하게끔 밀어붙였다고 생각했다. 제 안 좋은 습관 중 하나가 자리에 앉아서 못 친 공을 계속 되씹는거다. 그러면서 점점 땅을 파게 된다. 이번 경기에서는 최대한 눈을 감고 아무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하하. 진짜 어려웠다.

 

- 가장 자신있는 기술이 있나? 거꾸로 좀 더 보완하거나, 아니면 터득하고 싶은 기술은?

소박한 편인데 옆돌리기, 좁은 각 빗겨치기 이런건 잘 치는것 같다. 주변에서 잘 친다고 말하는건 좁은각인데 저 스스로는 '옆돌리기 잘쳐요' 라고 말하고 다닌다. 하하. 일단 뱅크샷은 보완해야 할 것 같다. 뱅크샷이 중요하다는걸 한 해 한 해 느끼고 있다. 시즌이 갈수록 뱅크샷 비율과 성공률이 높아지곤 있다. 특히 원뱅크 이런 쪽이 어려운 것 같다. 

 

- 하루 루틴이 어떻게 되나? 운동도 병행하나?

일단 오후 1시에 용산 연습장에 나와서 연습을 시작한다. 헬스같은 경우는 예전에는 아침에 오기 전 운동 다녀오고 했는데 화장이 다 지워지고 땀이 나고, 그럼 또 씻어야 하고 그 부분이 힘들었다. 요새는 24시간 헬스장을 끊어서 아예 밤으로 운동 패턴을 바꿨다. 끝나면 자정이 넘어 12시 반 되는데 집에 가서 씻고 잠자고. 주중에는 이런 식이다. 갓 당구를 시작했을 때는 휴일이 전혀 없이 주 7일 동안 연습했다. 근데 성적을 조금 올리고 나서는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꼭 쉬어야한다고 생각해서 토요일 하루는 쉰다. 

 

- 사소한 질문으로 넘어가겠다. 취미가 따로 있나? 다른 스포츠도 혹시 즐기는게 있는지? 

프로야구 좋아한다. 저 사실 야구장 다니면서 예쁘게 꾸민 언니들 구경하는 것도 좋아한다. 하하. 제가 스포츠를 그냥 좋아해서 축구 등의 종목도 가리지 않고 다 본다. 

 

- 쉬는 날 하루는 주로 무엇을 하며 지내나?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도 있는지?

야구 시즌에는 정예진 선수와 종종 야구장을 다닌다. 그 친구를 제가 지난해 LG 트윈스 팬으로 끌어들였다. 잠실, 고척, 인천, 수원 위즈파크. 이 정도 거리까진 야구를 보러 다닌다. 토요일에만 쉬니까 경기가 있는 날마다 최대한 가려고 한다. 진짜 어릴때부터 야구장을 다녔다. '나는 엄마 뱃속에 있을때부터 LG 팬이었어!'라고 친구들한테 말할 정도였다. 가족이 제일 처음 맞춘 유니폼이 오지환, 아버지는 박용택(은퇴) 선수 이런식으로 맞춰서 같이 다녔다. 제가 또 이주형(현 키움 히어로즈) 선수를 좋아했는데 팀을 떠났다. 요새는 이영빈 선수를 좋아한다. 음식이라면 고기를 좋아한다. 날거는 잘 못 먹고, 제가 또 아기 입맛이다. 커피도 잘 못 마시고 달달한 것을 좋아한다. 

 

-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나? 

(잠시 고민에 빠졌다가) 프로선수라는게 성적이 날 때도 있고 안 날 때도 있다. 내가 컨디션이 좋아도 상대가 더 잘 치면 내가 질 수도 있다. 어느 날은 공이 너무 잠겨서 운이 없을 수도 있다. 기복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 기복을 없게 최대한 일정하게 (실력을) 만드는게 프로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보여드릴 날들이 많으니까 당장 성적이 나지 않아도 미래를 더욱 크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사진=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PBA, 정보윤 선수(본인) 제공

권수연 기자 [email protected]


 


"어릴땐 평범하고 싶었죠" 정보윤, 얼떨떨 4강부터 열렬 'LG 팬밍아웃'까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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