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프런트 반성해라” 쿠에바스 ‘졸속’ 고별식에 분노한 팬들…‘장수 외인’ 니퍼트·켈리 사례 보니

[SPORTALKOREA] 한휘 기자= 7년간 헌신한 ‘장수 외인’의 초라한 마지막에 KT 위즈 팬들은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KT 구단은 지난 20일 경기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윌리엄 쿠에바스의 고별 행사를 진행했다.
쿠에바스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장수 외국인 선수’였다. 2019년 KT에 처음 합류한 뒤 도합 7시즌을 활약하며 통산 149경기 872⅓이닝 55승 45패 평균자책점 3.93 탈삼진 704개를 기록했다. KT 구단 역사상 다승, 탈삼진, 이닝 소화 부문에서 모두 고영표에 이어 2위를 마크한다.
지난해까지 선발진 한 축을 든든히 지켰으나 올 시즌은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 때문인지 올해 한계를 맞았다. 결국 KT는 지난 11일 패트릭 머피를 영입하고 쿠에바스를 웨이버 공시했고, 20일 고별식으로 KT와의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런데 고별식 진행에 관해 KT 팬들의 볼멘소리가 심상치 않다. 그간 쿠에바스가 KT에 헌신한 것에 비해 너무 초라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끊이지 않았다.
고별식은 경기를 앞두고 진행됐다. 헌정 영상 상영을 시작으로 기념 액자와 특별 골든 글러브, 꽃다발, 기념 유니폼 액자를 전달했다. 이후 쿠에바스가 홈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건네는 시간이 있었다.
고별식과 별도로 사인회를 비롯한 행사는 열리지 않았다. 경기 전에 열린 탓에 10분 남짓한 짧은 시간에 행사가 끝났다. 7년 ‘장수 외인’ 타이틀을 고려하면 초라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쉽지 않았다.

사전 홍보도 부족했다. KT 구단 차원에서 쿠에바스의 고별식에 관해 공지한 것은 11일 패트릭 영입 보도자료에서 짧게 언급된 것과 17일 재차 보도자료를 낸 것이 전부다. 팬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구단 공식 SNS에는 아무런 공지도 올라가지 않았다.
그마저도 ‘경기 전’이라고만 명시했을 뿐 상세한 진행 시간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SNS에는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고별식을 언제 진행하는지 알 수 없어 혼란을 겪었다는 이야기가 속출했다.

이에 팬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KT 구단 공식 SNS 댓글 창에는 “낭만이라는 단어가 정말 걸맞는 선수였는데 구단에서 더 크게 준비해 주길 바랬다”, “7년이나 같이 있던 가족 같은 선수인데 공지도 없고 대충 보냈다” 등 구단을 향한 비판이 나왔다.
구단 공식 유튜브 댓글에도 “대충 선물 전달하고 영상 만들어주고 보낼 외인이 아니다”, “이 정도로 홀대받을 선수가 아닌데 해도 너무했다” 등 ‘성토의 장’이 열렸다. 한 팬은 “KT 프런트는 반성해라. 7년간 뛰어준 선수한테 팬 사인회고 뭐고 아무것도 안 해주는 프런트가 최악”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쿠에바스의 고별식이 ‘졸속’ 논란을 빚으며 타 구단이 ‘장수 외인’과 이별하는 방법과 비교하는 여론도 커졌다. 대표적인 비교 대상이 바로 정확히 1년 전 LG 트윈스와의 6년 간의 동행을 마친 케이시 켈리다.
켈리의 고별식은 경기 전이 아니라 경기가 우천으로 ‘노게임’이 선언된 뒤 진행됐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다. 내용 구성 자체는 비슷했으나 훨씬 분량이 방대하고 규모도 컸다. 마지막에는 경기장을 돌며 인사를 남기고 헹가래도 치는 등 제대로 예우했다.
고별식이 아닌 ‘은퇴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나 지난해 두산 베어스가 진행한 더스틴 니퍼트의 은퇴식과도 비교가 된다. 경기 전 팬 사인회 등 다른 행사가 진행됐고, 켈리와 마찬가지로 경기가 끝난 후 성대한 본행사를 거행했다.

사진=KT 위즈,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