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동안 이런 적은 없었다! 필라델피아 승리 이끈 ‘끝내기 타격방해’…“40년 동안 못 본 일을 올해만 두 번 보네”

[SPORTALKOREA] 한휘 기자= 감독조차도 40년 동안 못 봤다는 진기록들이 이달 들어 필라델피아 필리스 주변에 쏟아지고 있다.
필라델피아는 2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홈 경기에서 3-2로 이겼다. 시즌 57승(43패)째를 거둔 필라델피아는 내셔널리그(NL) 동부지구 1위 자리를 지켰다.
경기 내용은 치열했다. 1회 초 제런 듀란에게 선제 솔로포(9호)를 맞았으나 4회 말 닉 카스테야노스와 J.T. 리얼무토의 연속 적시타로 역전했다. 하지만 6회 초 트레버 스토리의 1타점 적시타가 나오며 2-2 동점이 됐다.
필라델피아 선발 투수 잭 윌러와 보스턴 선발 투수 워커 뷸러가 모두 호투했다. 불펜 투수들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투수전 양상이 이어졌다. 결국 승부는 연장전 무사 2루 승부치기로 향했다.

일단 10회 초를 필라델피아가 잘 막으며 승리 확률을 높였다. 맥스 라자가 삼진 2개를 섞어 세 타자를 깔끔히 정리했다. 이어 10회 말 조던 힉스를 상대로 볼넷과 고의4구를 얻어내며 무사 만루 기회를 얻었다.
이어 타석에 에드문도 소사가 섰다. 1-2 카운트에서 힉스의 5구가 바깥쪽 볼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그 직후 소사가 포수를 가리키며 주심을 향해 무언가를 어필하기 시작했다. 포수의 타격방해 아니냐는 것이었다.
필라델피아 벤치가 챌린지(비디오 판독)를 신청했다. 리플레이를 돌려본 결과 소사의 배트가 나오다가 포수 카를로스 나르바에스의 미트에 맞는 모습이 선명하게 잡혔다. 타격방해가 선언되며 타자를 포함한 모든 주자가 진루했다. 3루 주자 브랜든 마시가 홈을 밟으며 필라델피아의 3-2 승리로 경기가 끝났다.

‘끝내기 포수 타격방해’가 나온 마지막 사례는 1971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8월 2일 LA 다저스가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 경기 11회 말 윌리 크로포드의 타석에서 포수 타격방해로 득점해 5-4로 이겼다. 이를 범한 선수는 다름 아닌 MLB 역사상 최고의 포수로 꼽히는 자니 벤치였다.
무려 54년 만에 나온 진기록 덕에 필라델피아도 분위기를 바꿀 계기를 마련했다. 지구 선두를 달리는 필라델피아지만, 이날 경기 전까지 월간 성적이 6승 8패에 불과했다. 뉴욕 메츠가 턱밑까지 쫓아온 상태였다.
반년을 쉰 ‘무소속’ 불펜 투수 데이비드 로버트슨을 급히 수혈할 정도로 불펜진의 약점이 도드라졌다. 그런데 이번 경기는 불펜진이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끝에 행운의 끝내기가 찾아온 것이라 의미가 크다.

필라델피아 선수들도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MLB.com에 따르면, 이날 선발 등판한 윌러는 “사람들이 종종 ‘야구장에서 이런 건 처음 본다’라고 말하지만, 이건 차원이 다르다”라며 “그 말을 몇 번이나 더 할 수 있겠는가?”라고 평했다.
롭 톰슨 필라델피아 감독은 “40년 동안 못 본 일을 올해 2번이나 본다”라며 “끝내기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이 하나, 그리고 끝내기 타격방해다”라고 말했다.
필라델피아는 지난 9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패트릭 베일리에게 끝내기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을 맞은 바 있다. 2점 이상의 끝내기 홈런을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으로 쳐낸 것은 36년 만에 처음이었다.
당시 필라델피아는 ‘피해자’였지만, 이번에는 ‘수혜자’였다. “이번이 더 낫지 않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톰슨 감독은 “그렇지”라고 담담히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