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공백→MLB 복귀→국가대표’ 인간승리 파이어볼러, 생애 2번째 은퇴 선언…“이보다 감사할 수 없는 여정이었다”

[SPORTALKOREA] 한휘 기자= 7년의 방황을 깨고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돌아와 호투하며 팬들의 박수를 받은 ‘인간승리 파이어볼러’가 생애 2번째로 은퇴를 선언했다.
우완 투수 대니얼 바드는 21일(이하 한국시각) 본인의 SNS를 통해 “한 챕터가 이제 끝났고 새 이야기가 시작된다”라며 현역 은퇴를 알렸다.
올 시즌 시애틀 매리너스 산하 트리플A 타코마 레이니어스에서 뛰던 바드는 지난 9일 부상자 명단(IL)으로 이동했고, 19일 로스터에서 말소됐다. 말소 사유는 ‘자진 은퇴’였다. 이후 이틀 만에 직접 본인의 입으로 은퇴를 공식화했다.

1985년생 우완 투수 바드는 최고 시속 101마일(약 162.5km)의 강속구를 던지는 ‘파이어볼러’다. 하지만 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인간 승리’의 아이콘으로 더욱 유명세를 떨쳤다.
바드는 2006년 MLB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8순위로 보스턴 레드삭스의 지명을 받았다. 2009년 처음 빅리그를 밟았고, 2010년 73경기 74⅔이닝 1승 2패 3세이브 32홀드 평균자책점 1.93으로 호투해 필승조 반열에 들었다.
2011년에도 불펜진 한 축을 맡던 바드는 2012년 선발로 전향한 후에 갑작스러운 침체기를 겪었다.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입스)에 시달리며 제구가 완전히 무너졌다. 2013년에는 더블A에서도 12⅔이닝 17볼넷이라는 끔찍한 투구를 선보인 끝에 보스턴에서 방출당했다.
바드는 이후 여러 팀을 오가며 재기를 노렸으나 돌아오지 못했다. 2014년부터 4시즌 간 마이너리그 23경기 13이닝을 던지는 동안 무려 46개의 볼넷을 헌납했다. 지쳐버린 바드는 2017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코치 생활을 하며 정신 건강을 다잡은 것이 ‘반전’을 이끌었다. 바드는 2020시즌을 앞두고 콜로라도 로키스와 계약하며 현역 복귀를 타진했다. 기대 이상의 구위를 선보이더니 코로나19로 진행된 단축 시즌을 앞두고 MLB 로스터에 합류했다.
바드는 2020년 7월 26일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빅리그 복귀전에 나섰다. 보스턴 시절이던 2013년 4월 28일 이후 햇수로 7년, 일수로 815일 만의 MLB 등판이었다. 이날 1⅓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바드는 23경기 4승 2패 6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3.65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재기 선수상을 받은 바드는 2021시즌 제구 불안이 도지며 부진한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2022시즌 팀의 마무리로 57경기에 출전해 6승 4패 34세이브(3블론) 평균자책점 1.79로 37세의 나이에 ‘커리어 하이’를 경신했다. 이에 시즌 후 콜로라도와 2년 1,900만 달러(약 264억 원)에 연장 계약도 체결했다.

바드는 2023시즌을 앞두고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까지 합류하며 최고의 순간을 보냈다. 하지만 늦은 전성기는 거기까지였다. WBC에서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이 도지더니 2023시즌 정신 건강 문제로 부상자 명단을 자주 오가며 부진했다.
2024시즌에는 무릎 부상과 팔꿈치 굴곡근 부상이 겹쳐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올해 6월에 시애틀과 마이너 계약을 맺으며 복귀를 노렸으나 끝내 은퇴를 택했다.

바드는 SNS에서 “처음 은퇴했던 2017년에는 내 모든 것을 바친 야구 때문에 속이 메스꺼워지는 기분마저 들었다. 야구가 싫었다”라며 “야구공을 던지는 것이 재밌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아가는 것이 엄청난 부담이었다”라고 회고했다.
이어 “지금은 다르다. 야구가 나와 가족들에게 전해준 일들에 감사하다. 많은 친구를 만났고 가족들과 여러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다. 40세 생일에도 선수로 공을 던질 수 있었다. 여러 번의 입스, 수술과 재활에서 돌아올 수 있었으니, 이보다 감사할 수 없는 여정이었다”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니얼 바드 개인 인스타그램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