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한국 떠나기 아까운데…‘강한 1번’ 플로리얼에게 남은 시간 단 5일, 올해 KBO리그 ‘재취업’ 가능할까

[SPORTALKOREA] 한휘 기자= 과연 올해 안에 에스테반 플로리얼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플로리얼은 지난 19일 한화 이글스로부터 웨이버 공시됐다. 일주일 내로 영입을 원하는 팀은 기존 계약 조건을 승계하는 것으로 대가 없이 플로리얼을 데려갈 수 있다. 일주일 내로 이적이 성사되지 않으면 플로리얼은 올해 KBO리그에서 뛸 수 없다.
플로리얼이 한화에서 남긴 성적은 65경기 타율 0.271 8홈런 29타점 13도루 OPS 0.783이다. 분명 외국인 타자에게 기대하는 성과에 비해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동안 기복에 시달리며 헤매던 플로리얼은 5월 21일 NC 다이노스전부터 1번 타자로 이동했다. 이것이 반전의 계기였다. 타격감이 완전히 살아나며 ‘강한 1번’ 역할을 해냈다. ‘리드오프’ 전환 후 17경기에서 타율 0.314(70타수 22안타) 4홈런 7타점 OPS 0.951로 펄펄 날았다.
같은 기간 40타석 이상 소화한 리그 내 모든 1번 타자 가운데 타율 2위, 안타 2위(22개), 홈런 1위, OPS 2위에 올랐다. 송성문(키움 히어로즈)과 함께 리그 최고의 리드오프로 발돋움하며 한화의 선두 수성을 이끌었다.

그런데 부상이 찾아왔다. 월 8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정해영의 패스트볼에 오른손등을 맞았다. 검진 결과 뼛조각이 발견되며 13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일시 대체 외국인 선수로 루이스 리베라토가 합류했다.
플로리얼의 운명이 송두리째 뒤바뀐 순간이었다. 리베라토는 한화 합류 후 지난 18일까지 16경기에서 타율 0.379(66타수 25안타) 2홈런 13타점 OPS 0.992로 펄펄 날았다. 특히 득점권 상황에서 타율 0.600(15타수 9안타)이라는 어마어마한 집중력을 과시하고 있다.
부상 전 플로리얼이 리드오프로 ‘훌륭한’ 활약을 펼쳤는데, 리드오프는 이를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순식간에 플로리얼의 존재감이 사라졌다.
리베라토의 계약 만료를 앞두고 플로리얼의 거취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리베라토를 남기고 플로리얼과 결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장고 끝에 한화는 리베라토를 택했다. 플로리얼이 부상 전의 모습을 되살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지금 잘 치는 리베라토를 버릴 수 없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한화 구단은 “손가락 부상으로 재활 중인 플로리얼의 경우 복귀 이후에도 경기 감각 회복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를 기다리기보다 타격면에서 강점이 있는 리베라토를 활용하는 것이 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플로리얼은 26일까지 타 팀의 ‘클레임’을 받으면 한국 무대에서 경력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선택받지 못하면 올해 더 이상 한국 무대를 누빌 수 없다. 자연스레 재취업 가능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부상 직전까지 1번 타자로 보여준 모습은 리그 최고 수준이라 관심이 나올 법하다. 그런데 올해 외국인 타자들이 전반적으로 잘한다는 점이 문제다. 플로리얼로 교체할 필요가 없는 구단이 많다.
그나마 KT(멜 로하스 주니어)와 SSG 랜더스(기예르모 에레디아), 키움 히어로즈(루벤 카디네스)의 외국인 타자들이 비교적 성적이 좋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로하스와 에레디아는 그간 KBO리그에서 충분한 검증을 마쳤다. 플로리얼을 영입하기보다 이들의 상승세를 기다리는 것이 ‘상수’다.
키움은 외국인 투수 케니 로젠버그의 자리에 남은 교체 카드를 쓸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일단은 부상에서 돌아온 카디네스가 계속 기용될 전망이다. 플로리얼 본인의 기량과 별개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올해 한국에서 다시 볼 가능성은 ‘안갯속’이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