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전 전승' 안준호 감독 "아시아컵 죽음의 조에서 '전설'이 되겠다"

[안양=뉴시스]신유림 기자 = 카타르와의 2차전에서 진검승부를 예고했던 안준호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이 "카타르가 발톱을 숨긴 채 경기에 나서 승부를 걸지 않으려 했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0일 오후 3시 안양 정관장 아레나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2025 남자농구 국가대표 평가전 2차전에서 카타르를 95-78로 꺾고 평가전 4전 전승을 기록했다.
이번 평가전은 내달 5일부터 17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리는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을 앞두고 치러진 실전 점검 무대였다.
FIBA 랭킹 53위인 한국은 아시아컵 A조에 편성돼 호주(7위), 레바논(29위), 카타르(87위)와 차례로 맞붙는다.
앞서 일본과의 2연전을 포함해 3연승을 달렸던 대표팀은 이날 승리로 평가전 4전 전승을 완성했다.
특히 이날 경기는 아시아컵 조별리그에서 다시 만나게 될 카타르와의 맞대결이어서 의미가 컸다.
다만, 카타르의 전력을 온전히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직전 경기에서 빠졌던 귀화 선수인 브랜던 굿윈은 출전했지만, 또 다른 핵심 자원인 타일러 해리스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기를 마치고 취재진을 만난 안 감독은 이 점을 꼬집으며 "카타르가 귀화 선수를 다 출전시키지 않아 우리도 전력을 골고루 기용하며 승부를 걸지 않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는 "관중석을 가득 채워준 팬들을 생각하니 죄송한 마음이 들어 경기 후반 주축 선수들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안 감독은 기자회견 도중 바지 주머니에서 나무 십자가를 꺼내 선수들을 향한 진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새벽마다 선수들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잘되길 기도한다"며 "늘 선수들이 평정심을 갖고 희망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평가전에는 대표팀 선수 15명이 소집됐으나 아시아컵 최종 엔트리는 12명만 승선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허벅지 타박상으로 18일 카타르와의 1차전에서 결장한 안영준은 아시아컵 출전이 불발됐다.
안 감독은 안영준의 소식을 전하며 "안영준이 우리 팀의 핵심 전력인데, 함께할 수 없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승리의 중심에는 지난 일본과의 2연전과 직전 카타르전과 마찬가지로 여준석(시애틀대)과 이현중(일라와라 호크스·호주)이 있었다.
이현중이 21점 12라바운드의 더블더블을 올리며 공격을 이끌었고, 여준석도 24점 5리바운드로 승리에 힘을 보탰다.
안 감독은 "(여)준석이가 1, 2쿼터에는 본인 중심의 플레이가 많았지만, 어린 선수들은 실수하면서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4쿼터에서 실수를 모두 만회해 줘서 대견하다"며 "4쿼터에서 보여준 덩크슛은 미국프로농구(NBA)에서도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고 흐뭇해했다.
이현중에 대해서는 "기술도 뛰어나지만, 그보다 선수단에 전하는 시너지가 크다"며 "모든 농구 꿈나무가 이현중의 팀플레이와 허슬 플레이를 보고 배우길 바란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이현중은 상상 이상의 가치를 지닌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평가전 4연승을 이끈 안 감독은 "항상 최선을 다해 코트에 나서는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이 에너지를 모아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으로 승화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태극마크의 무게를 느끼고 정정당당한 자세로 경기에 임해 국민 기대에 부응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A조를 '죽음의 조'라고 표현한 안 감독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도전하겠다. 전사하지 않고 살아남아 남자 농구의 '전설'이 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