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날들이다” 3회도 못 채우고 ‘충격’ 강판…‘16경기 0승’ 불명예, ‘리빙 레전드’도 나이에는 장사 없나

[SPORTALKOREA] 한휘 기자= 지금 당장 은퇴해도 명예의 전당에 갈 수 있다는 ‘리빙 레전드’도 나이 앞에는 장사 없는 걸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저스틴 벌랜더는 19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2⅔이닝 9피안타 3사사구 4실점으로 부진했다.
1회부터 불안했다. 안타와 볼넷으로 1사 1, 2루 득점권 상황에 몰렸다. 그나마 보 비솃을 5-3 병살타로 잡아내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2회 고비를 넘지 못했다. 연속 안타로 무사 1, 2루 위기에 놓이더니 조이 로퍼피도에게 우전 1타점 2루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1사 후에는 윌 와그너에게 2타점 2루타를 맞고 점수를 더 헌납했다.

벌랜더는 뒤이어 네이선 루크스에게도 우전 적시타를 맞으며 순식간에 4실점째를 기록했다. 그나마 이어진 2사 만루 위기를 실점 없이 넘겼다. 하지만 3회에도 안타 2개를 맞고 좀체 안정을 찾지 못했다.
어니 클레멘트를 6-4-3 병살타로 잡아 2아웃을 만들었으나 와그너에게 볼넷을 내줬다. 결국 샌프란시스코 벤치가 움직였다. 벌랜더를 강판하고 트리스탄 벡을 올렸다. 그나마 벡이 4⅓이닝을 실점 없이 막으며 불은 껐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타선이 득점 없이 침묵하며 0-4 패배로 경기가 끝났다. 벌랜더에게 패전이 기록됐다. 시즌 16번째 등판에서 승리 없이 8패째를 떠안았다. 평균자책점도 4.99로 올랐다.

벌랜더는 최고의 커리어를 자랑하는 ‘리빙 레전드’다. 통산 542경기 3,495이닝을 던지며 262승 154패 평균자책점 3.34 탈삼진 3,483개를 기록했다. 다승과 이닝, 탈삼진 모두 현역 선수 가운데 통산 1위다. MVP 1회, 사이 영 상 3회 수상 등 트로피도 잔뜩 들었다.
하지만 나이는 속일 수 없는지 점점 성적이 떨어지고 있다. 41세였던 지난해 휴스턴 애스트로스 소속으로 17경기 90⅓이닝 5승 6패 평균자책점 5.48에 그쳐 데뷔 시즌인 2005년 이래 가장 안 좋은 한 해를 보냈다.
벌랜더는 올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하며 반등을 노렸다. 그러나 전반기 15경기에서 승리 없이 7패만 떠안는 굴욕을 당했다. OptaStats에 따르면, 벌랜더는 올스타전이 시작된 1933년 이후 최소 65탈삼진, 0승으로 올스타전 휴식기를 맞는 최초의 선발 투수가 됐다.

이번 토론토전이 반등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모였다. 올스타전 휴식기를 충분히 거치고 힘을 보충해 마운드에 올랐다. 2019년 9월 2일에는 로저스 센터에서 ‘노히터’를 달성한 좋은 기억도 있었다. 하지만 반전은 없었다. 상승세의 토론토 타선을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벌랜더가 3이닝을 못 채우고 강판당한 것은 지난 4월 5일 시애틀 매리너스전(2⅓이닝 3실점) 이후 3달 만이다. 그런데 올해 전까지 3이닝 미만으로 투구한 것은 무려 8년 전까지 거슬러 가야 한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소속이던 2017년 6월 4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2이닝 2실점)이 마지막이었다.
한 샌프란시스코 팬은 SNS에서 “벌랜더와의 나날은 최악의 날들이다”라며 “못 견디겠다. 당장 내보내”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팬들은 물론이고 벌랜더에게도 샌프란시스코와의 동행은 ‘최악의 1년’이 돼 가고 있다. 박수칠 때 은퇴할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나올 지도 모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