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진짜로 탬파베이에 왔다” 홈런성 타구 잡혔는데 왜?…‘무안타’에도 ‘볼넷+호수비’ 강점 살린 활약은 ‘긍정적’

[SPORTALKOREA] 한휘 기자= “그는 이제 진짜로 이 팀에 왔어.”
탬파베이 레이스 김하성은 1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의 조지 M. 스타인브레너 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경기에 8번 타자-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다.
7회 말 마지막 타석이 아쉬웠다. 무사 1루에서 코빈 마틴의 5구 낮은 커브를 퍼 올렸다. 좌중간을 향해 큼지막한 타구가 날아갔다. 홈런이 되거나 펜스를 직격할 만한 타구였다. 그런데 좌익수 콜튼 카우저가 끝까지 쫓아가 점프 캐치로 타구를 낚아챘다. 뜬공 아웃이 됐다.
김하성의 타구는 발사각도 26도, 속도 시속 99.8마일(약 160.6km)의 빠른 타구였다. 웬만해선 홈런이 될 타구였음에도 담장 바로 앞에서 끊겼다. 이유가 있었다. 바람이었다.

현지 매체 ‘10 탬파베이’의 스포츠 전담 디렉터 에반 클로스키가 김하성의 홈런성 타구가 호수비에 잡힌 것을 보고 “김하성은 조지 M. 스타인브레너 필드에서 바람에 홈런이 가로막히는 경험을 처음 해봤다”라며 “그는 이제 진짜로 이 팀에 왔다”라고 말했다.
조지 M. 스타인브레너 필드는 ‘올드 탬파 만’ 바다로부터 5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시간대에 따라 해풍과 육풍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위치다. 때마침 구장도 정확히 바다 방향의 반대로 지어졌다.

따라서 낮 경기 때는 해풍의 영향을 받아 타구가 더 멀리 날아가지만, 밤 경기 때는 육풍 탓에 타구가 바람에 가로막혀 뻗지 못한다. 오늘 탬파베이는 밤 경기를 치렀다. 김하성의 타구는 육풍이라는 ‘바람 장벽’에 저지당한 것이다.
지난 4일 김하성이 MLB 로스터에 복귀한 후 탬파베이는 원정 경기 일정만 계속 소화했다. 이번에 16일 만에 홈 경기를 치렀다. 김하성이 ‘새집’에서 처음 펼치는 경기였다. 이런 바람의 영향을 알 턱이 없었다. 그래서 클로스키가 재치 있는 ‘환영 인사’를 남긴 것이다.

장타가 사라진 김하성은 김하성은 3경기 연속 무안타로 경기를 마쳤다. 시즌 타율과 OPS는 각각 0.200(25타수 5안타), 0.591로 내려앉았다. 이날 탬파베이가 장단 13안타를 몰아쳐 11-1 대승을 거둔 탓에 김하성의 침묵이 더 아쉽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마냥 부정적으로 볼 결과물은 아니었다. 일단 볼넷이 나왔다. 김하성은 지난해까지 통산 타율(0.242)에 비해 출루율(0.326)이 8푼 넘게 높을 정도로 볼넷 생산 능력이 탁월했다. 그런데 올해는 부상 복귀 후 단 하나의 볼넷도 골라내지 못했다.
볼넷이 적다는 것은 김하성이 본인의 장점을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시즌 첫 볼넷을 얻어낸 것을 계기로 그간 막혀 있던 사사구 흐름에 혈이 뚫릴 것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강점인 수비는 ‘명불허전’이었다. 4회 초 거너 헨더슨의 타석이 ‘하이라이트’였다. 바운드가 크게 튄 까다로운 타구를 숏바운드로 제대로 잡았다. 이어 한 바퀴 빙글 돌아 1루에 완벽히 송구해 아웃 카운트를 올렸다.
헨더슨은 리그 최고 수준의 준족으로 유명한 선수다. 이날도 좌중간 타구에 3루까지 내달리는 속도를 과시했다. 수비가 조금만 불완전했어도 내야 안타가 됐을 타구였으나 김하성은 물 샐 틈 없었다. ‘골드 글러버’의 위용을 확실히 보여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MLB.com 중계 하이라이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