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날 안 뽑아?’ 올스타전 못 나간 1,184억 日 거포, 후반기 첫 타석부터 홈런 폭발! 보스턴 ‘10연승 폭주’ 막아…

[SPORTALKOREA] 한휘 기자=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전에 나가지 못한 아쉬움을 푸는 듯한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시카고 컵스 스즈키 세이야는 1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2025 MLB 정규시즌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후반기 첫 홈 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1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첫 타석부터 제대로 한 방 먹였다. 무사 1, 2루 기회에서 보스턴 선발 투수 루카스 지올리토의 초구 높은 패스트볼을 통타했다. 가운데로 쭉 뻗은 공은 담장을 살짝 넘어 관중석에 떨어졌다. 시즌 26호 선제 스리런포가 터졌다.

‘게임데이’ 문자중계 상으로는 스트라이크 존을 살짝 벗어나는 공이었다. 하지만 스즈키는 개의치 않았다. 시속 105.7마일(약 170.1km)의 타구 속도와 389피트(약 118.6m)의 비거리가 기록됐다.
스즈키는 3회 말 2번째 타석에서 좌전 안타를 추가하며 빠르게 ‘멀티 히트’를 완성했다. 이후 안타를 추가하지 못했으나 팀이 4-1로 이기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홈런으로 포문을 연 스즈키는 이날의 ‘히어로’가 됐다.

일본프로야구(NPB) 시절 히로시마 도요 카프를 대표하는 거포로 활약한 스즈키는 2022시즌을 앞두고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냈다. 노사 갈등으로 인한 직장 폐쇄라는 악재가 겹쳤으나 끝내 컵스와 5년 8,500만 달러(약 1,184억 원)에 계약했다.
첫 시즌은 적응기를 겪으며 14개의 홈런만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2년 연속으로 20홈런에 OPS 0.8을 넘기며 MLB 무대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했다. 그러더니 올 시즌에는 타율 0.265 26홈런 80타점 OPS 0.876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 중이다.
홈런과 타점 모두 이미 빅리그 진출 후 최고다. 내셔널리그(NL) 전체로 두고 봐도 타점 1위, 홈런 4위에 달하는 호성적이다. 그런데 이런 성과에도 스즈키는 올해 올스타전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포지션이다. 스즈키는 본래 우익수로 주로 나섰으나 올해는 사실상 전업 지명타자에 가깝게 뛰고 있다. 올스타전 투표도 지명타자 부문에 입후보했다. 그런데 하필 지명타자 후보에는 ‘넘사벽’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있었다.

오타니는 1차 투표에서 무려 396만 7,668표를 쓸어 담으며 NL 최다 득표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MLB 올스타 투표 규정상 각 리그 최다 득표자는 2차 투표 없이 바로 올스타 출전 자격을 얻는다. 스즈키는 그렇게 팬 투표에서 일찌감치 쫓겨났다.
백업 자리를 노려봐야 했으나 다른 막강한 경쟁자가 있었다. 전반기에만 30개의 홈런을 친 카일 슈와버(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있었다. 선수단 투표에서 스즈키는 슈와버에 밀렸다.

혹시 부상 등으로 올스타전에 불참하는 선수가 나온다면 스즈키가 그 자리를 채울 법도 했다. 그런데 올해 NL 올스타 야수진은 ‘전원 참석’했다. 아메리칸리그(AL)에서 5명의 이탈자가 나온 것과 대비된다. 결국 스즈키는 올스타전 초청장을 받지 못했다.
스즈키를 두고 여러 현지 매체는 “올스타전에 못 나온 선수 중 최고”라는 수식어로 스즈키를 위로했다. 그리고 스즈키는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울분을 토하듯 팀의 승리를 견인하는 홈런을 쳐냈다.
심지어 이 홈런은 최근 10연승을 질주하며 7월 MLB ‘최고의 팀’이었던 보스턴을 멈춰 세우는 한 방이었다. 단순한 홈런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줬다. 이런 활약이면 올스타 정도는 ‘따위’로 만들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MLB.com 홈페이지 게임데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