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만나기 싫은 선수야” 161km ‘유리몸 에이스’의 완벽 부활…‘1승=487억’ 오명 완전히 떨쳐냈다

[SPORTALKOREA] 한휘 기자= 지난해까지 ‘먹튀’ 소리를 듣던 메이저리그(MLB) 대표 ‘유리몸 에이스’가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텍사스 레인저스 제이콥 디그롬은 17일(이하 한국시각) MLB.com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2025시즌 투수 파워 랭킹에서 지난 순위 대비 5계단 오른 4위에 자리했다.
MLB.com은 “디그롬은 생애 5번째로 올스타에 선정됐을 뿐만 아니라, 2021시즌 이후 처음 (올스타에) 뽑히며 텍사스 입단 후 반등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라며 “3번째 사이 영 상을 위해서는 타릭 스쿠발(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디그롬은 경쟁에 뛰어들었다”라고 말했다.

디그롬은 한때 MLB와 내셔널리그(NL)를 대표하는 우완 ‘파이어볼러’였다. 2014년 뉴욕 메츠에서 데뷔해 신인왕을 받으며 로테이션에 정착했고, 오래 지나지 않아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발돋움했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시속 100마일(약 161km)에 육박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8년과 2019년에는 2년 연속으로 사이 영 상을 받는 영예도 안았다. 그러나 부상이 문제였다. 너무 빠른 공을 던진 탓인지 몸이 견디지 못했다. 2021시즌과 2022시즌 도합 26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런 디그롬이 FA 자격을 얻었다. 텍사스가 과감하게 ‘베팅’을 선언했다. 디그롬이 건강하다면 팀에 큰 힘이 되리라는 계산이었다. 3년 총액 1억 8,500만 달러(약 2,575억 원)의 계약을 안겼다.

실패였다. 디그롬은 ‘유리몸’을 벗어나지 못했다. 2년 동안 고작 9경기 41이닝을 던지며 2승 평균자책점 2.41을 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나오면 잘 던지긴 했으나 경기장에 거의 얼굴을 못 비췄다. 2023년 텍사스가 월드 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으나 디그롬은 함께하지 못했다.
2년 동안 디그롬은 총 7,000만 달러(약 975억 원)의 연봉을 받았다. 그리고 딱 2승 거뒀으니 텍사스는 1승에 3,500만 달러(약 487억 원)를 투자한 셈이다. 당연히 ‘먹튀’라는 비판이 따라왔다. 나이도 3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만큼 가망이 없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그러나 디그롬은 보란 듯이 부활했다. 전반기 19경기 112⅓이닝을 던지며 사이 영 상을 받은 2019시즌(204이닝) 이후 처음으로 100이닝을 넘겼다. 다른 성적도 훌륭하다. 9승 2패 평균자책점 2.32 탈삼진 113개다.
몸이 버티지 못해서 그런지 전성기보다 구위는 다소 줄었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시속 97.4마일(약 156.8km)로 전성기보다 2마일 정도 내려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빼어난 구속이다. 여기에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 등 다른 공의 비중을 늘리며 돌파구를 찾았다.
이를 바탕으로 디그롬은 평균자책점 3위, 아메리칸리그(AL) 다승 공동 6위에 올라 사이 영 상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덕분에 올스타 선수단 투표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아 5년 만에 ‘별들의 잔치’ 초대장을 받았다.

텍사스 구단은 올스타전에 나선 야수들을 대상으로 디그롬을 상대할 때의 기분을 물어봤다. “괴롭다. 좌절감이 든다(라이언 오헌)”, “매번 나를 아웃시켰다(잭 맥킨스트리)” 등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압권’은 케텔 마르테(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평가였다. “디그롬을 상대로 안타를 쳐본 적이 없다. 정말, 정말로 불편한 타석이 될 것”이라며 “절대로 만나기 싫은 투수”라고 극찬(?)을 퍼부었다. 지난해 MVP 투표 3위에 오른 타자에게도 디그롬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