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이닝 30K 6볼넷’ 퓨처스 폭격한 윤성빈, 구원 투수로도 ‘OK’…‘등판·연투·멀티 이닝 1위’ 롯데 불펜 부담 덜까

[SPORTALKOREA] 한휘 기자= 구원 투수 전환 이후로도 퓨처스리그를 ‘폭격’한 윤성빈이 롯데 자이언츠 불펜진의 ‘활력소’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윤성빈은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이날 경기가 그라운드 사정으로 취소되며 별도 등판은 없었다.
올 시즌 윤성빈의 퓨처스리그 성적은 감탄이 나온다. 15경기 38⅓이닝을 던지며 2승 1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2.35를 기록했다. 25개의 볼넷에서 보이듯 제구 불안은 아직 떨치지 못했으나 구위는 물이 올랐다. 탈삼진이 무려 70개다.
본래 선발로 나서던 윤성빈은 김태형 감독의 ‘특명’과 함께 5월 말부터 불펜으로 전환했다. 5월 20일 LG 트윈스와의 1군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제구 불안이 도지며 1이닝 9실점으로 무너진 것이 원인이었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던지는 연습을 시작했다.

금방 정착했다. 윤성빈은 불펜으로 나선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65(17이닝 5실점)로 선방했다. 탈삼진 30개를 잡아낼 정도로 구위는 여전했다. 고무적인 것은 제구였다. 불펜 전환 후 내준 볼넷은 6개에 그친다.
‘불펜 윤성빈’의 가치는 이미 6월 하순에 1군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표본이 적긴 하나 추격조로 4경기에 등판해 2⅔이닝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꾸준한 등판을 위해 다시 2군으로 돌아가긴 했으나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줬다.
윤성빈이 불펜진에 완전히 정착하면 롯데 마운드에 큰 힘이 된다. 롯데는 전반기 내내 불펜 소모가 상당히 심했다. 소화 이닝(325이닝)은 리그 4위로 평범한 편이었지만, 세부 지표가 썩 좋지 않다.

연투 횟수가 116번에 달해 리그에서 유일하게 세 자릿수다. 3연투도 21번이나 감행했다. 멀티 이닝을 소화한 횟수도 80번으로 리그 최다다. 전형적인 ‘투마카세’ 운영이었다. 실제로 롯데 불펜진의 등판당 이닝은 0.87에 불과하다. 리그에서 가장 적다.
불펜진이 불안해 여러 선수를 마구잡이로 올린 영향이 크다. 전반기 롯데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4.87로 리그에서 3번째로 높다. 20이닝 이상 소화한 구원 투수 가운데 평균자책점이 3점대 이하인 선수가 마무리 김원중(1.64) 단 한 명이다.
김상수와 구승민 등 베테랑 불펜진의 부진이 뼈아팠다. 정현수-송재영의 좌완 라인도 기복이 컸다. 정철원이 그나마 분전했으나 그도 평균자책점 4.53으로 불안감이 없지 않았다. 시즌 중 복귀한 최준용도 전반기 마지막 2번의 등판에서 도합 8실점으로 무너졌다.
여기에 선수들의 체력 저하가 겹치면 롯데 불펜진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다른 투수들의 역할 분담과 분발이 절실하다. 윤성빈이 추격조로라도 이닝을 먹어 주면 한결 숨통이 트인다.

윤성빈은 2017년 큰 기대를 받고 롯데에 입단했으나 오랜 기간 방황했다. 여러 차례 투구폼을 고쳐보고도 효과를 못 봤다. 선수 본인의 자신감마저 떨어지더니 제구가 완전히 무너졌다. 퓨처스리그에서도 9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부진했다. ‘아픈 손가락’이었다.
그런 윤성빈이 롯데 불펜진의 ‘조커 카드’ 취급을 받을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인상적인 발전이다. 1군에서 후반기를 맞이하는 윤성빈의 공 끝에 많은 시선이 모이는 이유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