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역수출 신화’ 알고 보니 1위 팀에 있었네…‘두산 1선발→14승→방출생→15패’ 돌고 돌아 ‘불펜 만능키’로

[SPORTALKOREA] 한휘 기자= 정말 인상적인 메이저리그(MLB) ‘역수출 신화’ 사례는 알고 보니 내셔널리그(NL) 중부지구 선두 팀에 있었다.
시카고 컵스 크리스 플렉센은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뉴욕의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MLB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를 끝으로 일찌감치 전반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플렉센은 올해 컵스의 ‘철벽 불펜진’을 이끈 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승조 선수들 역시 각기 제 몫을 잘 해냈지만, 추격조에서 이들의 부담을 덜어준 플렉센을 잊으면 섭섭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컵스에 마이너 리그 계약으로 합류한 플렉센은 지난 5월 1일 빅리그 로스터에 합류했다. 이틀 후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 3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따낸 것을 시작으로 불펜진에 정착했다.
플렉센은 전반기 18경기 36⅔이닝을 소화하며 5승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47이라는 뛰어난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대체 선발이나 ‘벌크 가이’로 나선 2경기를 빼면 순수 불펜으로는 1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62(29이닝 3실점 2자책)로 완벽에 가까웠다.

국내 야구팬들에게 플렉센은 친숙한 이름이다. 2020년 당시 두산 베어스에 합류해 한국 무대를 누빈 바 있다. 그전까지 뉴욕 메츠에서 ‘실패한 유망주’ 취급받던 플렉센은 KBO리그에서 반전의 발판을 놓았다. 부상 공백이 있긴 했으나 21경기 116⅔이닝에 등판해 8승 4패 평균자책점 3.01로 호투했다.
특히 포스트시즌이 ‘압권’이었다.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6이닝 11탈삼진 무실점 호투,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7⅓이닝 11탈삼진 2실점 호투 등 ‘빅 게임 피처’의 면모를 과시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 출격 후 사흘만 쉬고 4차전에 구원 등판해 3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따낸 장면이 하이라이트였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무대 재도전에 나섰다. 시애틀 매리너스와 2년 475만 달러(한화 약 65억 원)에 계약했다. 기대치가 크지 않았음에도 첫 시즌부터 31경기 179⅔이닝 14승 6패 평균자책점 3.61로 호투하며 팀의 90승 돌풍에 한몫했다. ‘역수출 신화’ 대열에도 합류했다.
그러나 이후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2022시즌에는 시애틀의 막강한 선발진에서 밀려나 스윙맨으로 강등됐다. 설상가상으로 2023시즌에는 7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부진에 빠지며 전력 외 판정을 받았다. 결국 친정팀 메츠로 트레이드됐으나 불과 사흘 뒤 방출당했다.

방출 후 플렉센은 콜로라도와 계약해 남은 시즌을 보낸 후 최하위권으로 추락한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이적했다. 선발 로테이션에는 들었으나 33경기(30선발) 3승 15패 평균자책점 4.95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MLB 최다패 공동 2위라는 굴욕을 맛봤다.
절치부심한 플렉센은 컵스와 계약하면서 빅리그 로스터 진입도 보장받지 못했다. 하지만 실력으로 모든 악재를 이겨냈다. 이제는 컵스 불펜진에 없어서는 안 될 ‘만능키’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진정한 ‘역수출 신화’가 여기 있었다.
컵스는 전반기를 57승 39패(승률 0.594)로 마쳤다. NL 중부지구 선두이자 NL 전체 승률 2위에 해당한다. 기세를 몰아 포스트시즌 진출도 바라본다. 플렉센은 아직 MLB에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아본 적이 없다. 이번에 또다른 꿈이 이뤄질지도 모른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