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한 방에 英 현역선수 사망' 갓난아들 두고 떠났는데...가해자 형량 고작 '6년 8개월'→감형 사유 들어보니 '황당무계…

[SPORTALKOREA] 김경태 기자= 잉글랜드 현역 축구 선수가 폭행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한 생명을 앗아간 형량치곤 너무나도 터무니없다.
영국 매체 'BBC'는 16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리즈 크라운 법원은 프로 선수 제임스 히치콕을 사망케 한 혐의로 '가해자' 맥켄지 디치코에게 6년 8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사건은 지난해 12월 16일 잉글랜드 요크에서 발생했다. 사건 당일 히치콕은 친구들과 축구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요크에 방문했다.
그러던 가운데 역 대합실 인근에서 디치코 일행과 마주쳤고, 당시 술에 취한 디치코는 이유 없이 히치콕을 뒤에서 가격했다.
'BBC'는 영국 검찰의 발표를 인용해 "디치코가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상태였으며, 열차 지연에 짜증을 내던 중 벌인 계획적 공격"이라고 설명했다.
CCTV에 담긴 영상 속 디치코는 이미 한 술집에서 쫓겨날 정도로 불안정한 상태였으며, 햄버거 가게 앞에서 히치콕의 머리 뒤편을 가격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혔다.
갑작스레 폭행당한 히치콕은 쓰러지며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을 입었고, 결국 3일 뒤 병원에서 사망했다.

히치콕은 이스트요크셔 코팅엄 출신으로 브리들링턴 타운 FC에서 300경기 넘게 활약할 정도로 베테랑 골키퍼였으며, 이번 시즌을 앞두고 바턴 타운 FC로 이적했었다. 더욱이 갓 태어난 아들과의 첫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설렘을 감추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가해자인 디치코는 범행 직후 현장에서 달아났으며, 자신이 입고 있던 스웨터를 버리고 우버를 타고 미들즈브러로 도주했다. 경찰에 체포된 후에도 그는 변명 없이 자신의 범행을 인정했다.
판결을 내린 가이 커얼 판사는 "피해자가 방어하거나 대비할 시간도 없이 가해진 비겁하고 의도적이며 잔혹한 공격이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다만 살인죄가 아닌 과실치사로 죄를 물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주먹 한 대로 히치콕이 쓰러졌음으로 '살인 의도'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영국 법무부의 기준에 따르면 이 죄목은 상해를 입히려는 고의는 있었으나, 사망을 의도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며, 기준 형량은 12년, 감경 또는 가중 요소에 따라 8~16년 범위 내에서 조정될 수 있었다.

법원은 디치코의 범행에 대해 여러 가중 요소를 인정했다. 사건 당시 그는 심하게 만취한 상태였고, 공공장소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폭행이었다. 특히 범행 직후 현장을 이탈해 증거 인멸을 시도했고, 휴대전화를 빼앗아 바닥에 던지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감경 사유도 함께 고려했다. 디치코는 당시 22세의 초범이었으며, 지역 사회 내에서 성실한 노동자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폭력적 성향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디치코는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자백했으며, 이로 인해 법정 형량의 3분의 1 감면됐다. 이 같은 감형 요소를 종합한 결과 법원은 최종적으로 6년 8개월 형을 선고했다.

한편, 남은 히치콕의 가족들에겐 슬픔만이 남아있었다. 선고 이후 "히치콕은 우리 삶의 빛이자 분위기 메이커였으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어린 아들을 둔 새 아빠로서 앞으로도 수많은 즐거운 날들을 살아갈 사람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단 한 번의 무분별한 폭력이 그의 삶을 앗아갔고, 막 시작된 우리의 새로운 가정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그가 없는 지금, 우리의 마음은 산산이 부서졌고, 그의 빛이 사라진 세상은 너무나 어둡다. 우리 가족이 겪은 이 고통을 다른 누구도 겪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단 한 번의 주먹질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계속 확산되길 기도한다"며 호소했다.
끝으로 "히치콕는 지금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의 기억은 우리의 아들, 가족과 친구들, 그라운드 위 동료이며, 우리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며 눈물을 삼켰다.
사진=STV 뉴스, 바턴 타운, 노스 요크셔 경찰, B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