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맨 변신’ 김혜성은 실력으로 증명했다…다음 목표는 ‘주전 도약’, 약점 보완하면 희망도 보여

[SPORTALKOREA] 한휘 기자= 팬과 전문가 모두의 기대를 뛰어넘은 김혜성(LA 다저스)의 전반기였다.
다저스는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각)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를 끝으로 전반기를 마쳤다. MLB 첫 시즌을 보낸 김혜성도 반환점을 찍고 이제 후반기를 준비한다.
지난해까지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 최고의 2루수로 활약한 김혜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 무대에 노크했다. 협상 결과 김혜성을 낚아챈 팀은 다저스였다. 3년 1,250만 달러(약 173억 원) 보장에 2년 950만 달러(약 131억 원)의 구단 옵션이 포함된 계약이었다.
계약 당시만 하더라도 반응이 엇갈렸다. 다저스 외에도 시애틀 매리너스와 LA 에인절스 등 여러 팀의 계약 제의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중 가장 주전 경쟁이 험난한 다저스를 택한 것이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김혜성은 스프링 트레이닝 시범경기에서 타율 0.207(29타수 6안타)로 부진을 겪은 끝에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시즌 전 개빈 럭스가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되며 경쟁자가 줄었음에도 강등의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2번의 좌절은 없었다. 트리플A에서 타격폼을 교정하며 기량을 갈고닦았다. 결국 5월 4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토미 에드먼이 부상자 명단에 들어가면서 대체자로 김혜성이 부름을 받았다. 고대하던 빅리그 무대를 밟더니 그대로 맹타를 휘두르며 정착에 성공했다.
경기력에 기복도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전반기를 48경기 타율 0.339(112타수 38안타) 2홈런 12타점 11도루 OPS 0.842로 마쳤다. 100타석 이상 소화한 신인 선수 가운데 MLB 전체 타율 1위, OPS 2위에 올랐다.

수비도 인상적이다. 김혜성은 2루수로 단 165이닝을 소화했음에도 DRS(수비 런 세이브) 5에 OAA(평균 대비 아웃 기여도) 1로 빅리그 수준의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 도전하는 중견수 수비도 금방 안정을 찾았다.
체계적인 분석과 육성 시스템을 갖췄고, 오타니 쇼헤이를 비롯해 보고 배울 선수가 많은 다저스였기에 김혜성이 빠르게 자리를 만들 수 있었다. 포스팅 당시 굳이 주전 자리에 집착하지 않은 것이 효과를 봤다.

김혜성 본인도 부단히 노력했다. 다저스 구단 SNS 등지에 올라오는 김혜성의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다. 호리호리한 느낌이 강하던 KBO 시절과 달리 엄청난 팔 근육을 드러내고 있다. 자기 관리에 철저히 신경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 과제는 주전 도약이다. 김혜성은 좋은 타격감에도 ‘플래툰 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플래툰을 적극적으로 쓰는 다저스라서 그런 면도 있지만, 김혜성이 타격에서 몇몇 약점을 노출한 것도 원인이다. 더 많이 뛸수록 약점이 더욱 집요하게 후벼 파일 테니, 구단이 출전 시간에 제약을 거는 것이다.

먼저 보이는 약점은 몸쪽 낮은 변화구다. 스윙률 히트맵에서 볼 수 있듯 휘어져서 존보다 깊게 들어오거나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나 커브, 스위퍼 등의 공에 배트가 자주 나간다. 자연스레 헛스윙도 많아진다. 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보완할 필요가 제기된다.
바깥쪽 높게 들어오는 빠른 공도 지적된다. 김혜성은 패스트볼을 비롯해 싱커나 커터 등 ‘변형 패스트볼’ 구종이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왔을 때 이를 쳐내는 능력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바깥쪽 높은 코스는 존에 들어온 공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히트맵을 보면 해당 존에 들어오는 속구만 컨택 확률이 50%에 못미친다.

다저스 역시 이러한 약점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자연스레 김혜성 본인의 대처법도 머지않아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약점을 메운다면 ‘플래툰’을 벗어나 완벽한 주전으로 도약하는 것도 꿈이 아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팬그래프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