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의 ‘방향 잃은 리빌딩’, 단장·감독 내친다고 해결될 일 아니다…제로부터 근본적 고민 해야 할 때

[SPORTALKOREA] 한휘 기자= 단장과 감독, 수석코치까지 전부 손잡고 팀을 떠났다. 하지만 그것만이 답은 아니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키움 히어로즈 구단은 지난 14일 “홍원기 감독, 고형욱 단장, 김창현 수석코치에 보직 해임을 통보했다”라고 알렸다. 설종진 퓨처스팀 감독이 1군 감독대행을 맡고, 허승필 운영팀장을 신임 단장으로 임명한다.
충격적인 소식이다. 시즌 중에 감독이 경질되는 일은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장과 수석코치까지 전부 단칼에 내보내는 일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그만큼 키움의 현재 상황이 좋지 않다. 전반기를 27승 3무 61패(승률 0.307)라는 끔찍한 성적으로 마쳤다. 2022년 한화 이글스가 기록한 10개 구단 체제 최저 승률(0.324)보다 낮다, 한때는 21세기 최저 승률인 2002년 롯데 자이언츠(0.265)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었다.
따라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했다. 도저히 팀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음을 고려하면 단장과 감독 모두 칼바람을 맞는 것은 이해 못 할 선택은 아니다.
다만 이것이 전부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키움의 현재 상황은 단순히 단장과 감독을 해고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인 구단 운영의 방향성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상태다.

키움은 현재 리빌딩을 진행 중이다. 2020시즌 후 미국으로 떠난 김하성(탬파베이 레이스)을 시작으로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김혜성(LA 다저스)까지 세 명의 주축 선수가 메이저리그(MLB)로 떠났다.
특히 2023시즌 이정후의 마지막 해와 함께 상위권 도약에 도전했으나 기껏 영입한 이원석의 부진, 이정후의 장기 부상에 외국인 선수들마저 추락하며 하위권으로 떨어진 것이 결정타였다.
결국 최원태를 트레이드로 내보내는 것을 신호탄으로 반등을 위한 ‘전력 쌓기’에 돌입했다. 2024년에는 이지영을 ‘사인 앤 트레이드’로 처분한 것을 시작으로 김휘집과 조상우까지 내보내며 신인 지명권을 긁어모았다. KBO리그에서 쉽게 보기 힘든 ‘탱킹’이다.

‘리빌딩’인 만큼 성적 하락은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한다. 문제는 그 과정이다. 아무리 좋은 유망주를 모아도 결국 프로에서 통할 수준으로 키워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선수들이 성장하고 정착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단순히 유망주들 긁어모아 1군에 내보낸다고 ‘리빌딩’이 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성장하는 동안 중심을 잡아 줄 주전급 고참이 필요하다. 주전급은 아니어도 선수단의 멘토가 될 베테랑도 있어야 한다.
투수의 경우 젊은 선수들이 적응할 시간을 위해 검증된 중고참들이 헌신해야 한다. MLB에서 소위 ‘탱킹 장군’이라고 불리는 선수들이 로스터 한 자리를 차지하는 이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코치진이 어린 선수들을 키워내는 육성 시스템이 받쳐줘야 한다.

현재 키움은 이러한 요소를 절반만 갖췄다. 송성문과 같은 확고한 주전 선수가 있다. 이용규나 원종현 등 베테랑들도 포진했다. 문제는 나머지다. 투수진은 중간 다리 역할을 할 선수가 하영민 단 한 명이다. 김선기와 같은 몇몇 선수가 기회를 받고는 있으나 소위 ‘탱킹 장군’ 역할도 못 하는 실정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어린 선수들이 마구잡이로 등판하고는 있으나 성과가 그렇게 쉽게 나올 리도 없다. 오히려 1군에서 자신감만 떨어지며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가지 않겠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게다가 시즌 초에는 외국인 타자 2명을 기용하는 ‘무리수’를 두며 이러한 문제가 더욱 크게 드러났다. 그나마 라울 알칸타라가 합류하면서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이럴 거면 아리엘 후라도(삼성 라이온즈)와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KT 위즈)는 왜 내보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육성도 문제다. KBO는 여러 구단이 MLB의 선진적인 코칭 방식을 수입하면서 2020년대 들어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눈에 띄게 가속화됐다. 그런데 키움은 예외다. 주력 선수들이 빅리그로 떠난 후 기대받던 유망주 가운데 온전히 정착한 선수가 드물다. 올 시즌만 놓고 보면 이주형과 주승우 정도다.
물론 선수 육성은 적잖은 공을 들여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타 구단에서는 이미 1~3년 차 어린 선수들 가운데 1군에 정착한 선수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키움은 아니다. 오히려 그 전부터 공들이던 선수들조차 성장세가 둔한 것이 현실이다. 말로는 ‘리빌딩’이라고 하나 성적도 못 내고 선수들도 성장하지 못하며 표류할 수밖에 없다.

KBO리그는 지난해부터 팬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전례 없는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같은 타이밍에 키움의 하락세가 길어지면서 야구에 새로 관심을 보이게 된 팬들이 키움을 ‘만년 꼴찌’로 오해하는 불상사마저 일어나고 있다.
키움은 최근 10년간 7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2번의 준우승을 거머쥔 강팀이다. 그런 팀이 구단 운영의 실책이 누적돼 ‘하위권 팀’ 이미지로 각인되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는다.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감독과 단장을 내친 것으로 ‘꼬리 자르기’를 해선 안 된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