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정규직’ 위에 나는 ‘대타’라니, 한화에 찾아온 ‘운명의 장난’…말 아낀 플로리얼, 필드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

[SPORTALKOREA] 한휘 기자= 에스테반 플로리얼과 루이스 리베라토를 바라보는 한화 이글스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하다.
플로리얼은 지난 12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올스타전 행사에 참석했다. 오랜만에 팬들 앞에 나설 기회가 왔다.
플로리얼은 지난 6월 8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정해영의 패스트볼에 오른손등을 맞았다. 검진 결과 뼛조각이 발견되며 13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플로리얼의 이탈이 길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한화는 6월 17일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리베라토를 영입했다.

처음에는 리베라토가 플로리얼의 빈자리만 잠깐 메우고 돌아갈 것으로 여겨졌다. 플로리얼은 65경기에서 타율 0.271 8홈런 29타점 13도루 OPS 0.783을 기록했다. 1번 타자로 나선 5월 21일 이후의 성적만 보면 타율 0.314 4홈런 7타점 OPS 0.951로 ‘강한 1번’ 역할을 했다.
한동안 헤매던 모습을 딛고 ‘리드오프’로 완전히 정착했다. 부상 직전까지 페이스가 좋았던 만큼 웬만해서는 플로리얼이 6주 후 돌아올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리베라토가 합류 후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15경기의 ‘스몰 샘플’이라고는 하나 타율 0.387(62타수 24안타) 2홈런 12타점 OPS 1.006으로 펄펄 난다. 특히 득점권 상황에서 타율 0.600(15타수 9안타)이라는 어마어마한 집중력을 과시하고 있다.
플로리얼이 리드오프로 ‘훌륭한’ 활약을 하다가 다치니 리베라토가 ‘엄청난’ 퍼포먼스로 순식간에 플로리얼의 존재감을 지워버렸다. 뛰는 플로리얼 위에 나는 리베라토가 와버린 셈이다.


자연스레 두 선수의 거취 문제가 최근 한화를 둘러싼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분명 부상 전까지 플로리얼은 좋은 모습을 보였다. 슬럼프를 이겨내고 반등하면서 제 역할을 찾는 긍정적인 면모를 보였다.
반면 리베라토는 아직 슬럼프에 빠져본 적이 없다. 지금의 성적은 단순히 분석이 덜 되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혹여나 부진에 빠졌다가 살아나지 못하기라도 하면 낭패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하기엔 리베라토의 성적이 너무 좋다. 고민이 안 될 수가 없다.
그런 가운데 플로리얼이 오랜만에 경기장에 왔다. 플로리얼은 지난달 진행된 올스타 ‘베스트12’ 투표 결과 나눔 올스타 외야수 부문 총점 2위에 올랐다. 비록 출전은 불발됐어도 행사에 참가해 오랜만엪 팬들에게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연스레 리베라토에 대한 본인의 반응이 화두에 올랐다. 하지만 플로리얼은 말을 아끼며 구단과 리베라토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플로리얼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쉬면서 조금 심심했는데 다시 팬분들을 만나게 돼 너무 기쁘고 기분이 좋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공에 맞은 건 어쩔 수 없다.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아직 개인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 최대한 빨리 복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답했다.

한화는 외국인 투수진도 탄탄해 플로리얼과 리베라토를 공존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 누군가 한 명은 팀을 떠나야 한다. 누가 나가더라도 타 팀에서 상황에 따라 낚아챌 가능성이 있다. 고민이 안 될 수가 없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리베라토의 ‘임팩트’에 마음이 기운 팬이 더 많아 보인다. 부상 대체 기간은 이달 하순에 끝난다. 과연 플로리얼이 KBO리그에서 필드를 누비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