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맞나” 폭발적인 괴력 뽐낸 ‘실전형 고릴라’…규정타석도 코앞, ‘장외 챔피언’ 안현민의 후반기가 온다

[SPORTALKOREA] 한휘 기자= “조상 중에 외국인 있는지 부모님께 한 번 물어봐라.”
KT 위즈 안현민은 12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올스타전에 드림 올스타의 6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격해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별명에 맞춰 고릴라 분장을 하고 팬들을 만난 안현민은 6회 초 하영민(키움 히어로즈)을 상대로 좌전 1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이날 첫 안타와 타점을 동시에 신고했다. 이어 8회 초에는 박상원(한화 이글스)의 공을 퍼올려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대형 솔로 홈런까지 터뜨렸다.
이날 드림이 나눔 올스타에 6-8로 패한 와중에 안현민은 팀에서 유일하게 홈런을 친 공적을 인정받아 우수타자상까지 받았다. 팬 투표에서 아쉽게 밀려 감독 추천 선수로 간신히 합류한 ‘별들의 잔치’에서 잊을 수 없는 하루를 보냈다.


사실 안현민이 더 큰 주목을 받은 것은 하루 전 ‘홈런더비’였다. 전반기에 안현민이 보여 준 ‘괴력’과 좌타자에게 비교적 불리한 구장 환경이 겹쳐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몸이 덜 풀렸는지 예선전 4개의 홈런에 그쳐 탈락했다. 초반 시간제 때 홈런을 얼마 못 친 것이 뼈아팠다.
하지만 안현민은 ‘실전형’이었다. 홈런더비에서의 아쉬움을 본 경기의 홈런포와 2루타로 훌훌 털어버렸다. 끝내 자신의 힘을 올스타전을 찾은 모든 팬에게 각인시키고 대전을 떠났다.

전반기 안현민은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주전으로 뒤늦게 정착한 탓에 60경기 출전에 그쳤음에도 타율 0.356 16홈런 53타점 OPS 1.113이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냈다. 출루율(0.465)과 장타율(0.648) 모두 훌륭하다.
규정타석을 못 채우고도 안현민은 올 시즌 홈런 순위 5위에 자리해 있다. ‘KBO STATS’ 기준 WAR은 4.98로 야수 가운데 1위다. 전체 1위 코디 폰세(한화·5.06)와의 차이도 얼마 나지 않는다.
260타석을 소화한 안현민은 규정타석(276타석)까지 16타석만을 남겨 뒀다. 그런데 이 16타석에서 전부 아웃을 당한다고 가정해도 타율 0.332 출루율 0.438 장타율 0.603 OPS 1.042를 기록한다. 타율(2위)을 빼면 모두 리그 선두다.

이러한 괴력 덕에 ‘수원 고릴라’라는 별명도 붙었다. MLB를 호령한 강타자들인 지안카를로 스탠튼과 마이크 트라웃에서 유래한 ‘코리안 스탠튼’, ‘코리안 트라웃’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장외 챔피언’으로 군림하던 안현민은 조만간 규정타석을 채워 순위표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올린다. 관건은 전반기의 페이스를 이어갈 수 있느냐다. 상대 투수들의 분석과 집중 견제가 이어질 것이다. 신인급 선수가 맞이하는 첫 번째 ‘난관’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다면 안현민은 신인왕은 물론이고 MVP도 노려볼 수 있다. KBO리그 역사상 신인왕-MVP 동시 석권은 2006년 류현진이 유일하다. ‘괴물’의 아성에 도전할 자격이 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올스타전 최다 출장 기록을 세운 김현수(LG 트윈스)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나와 비교하면 힘이나 몸 차이가 크게 난다. 한국인이 맞나 궁금할 때도 있었다. 처음에는 힘만 좋다고 생각했는데 콘택트 능력이 정말 좋더라. 상대팀 입장에서 정말 인상 깊다고 생각했다”라고 극찬했다.
이어 "시즌 중에 제가 1루에 있을 때 안현민이 1루 주자로 나와서 장난식으로 '한국에서 태어난 거 맞냐. 조상 중에 외국인 있는지 부모님께 한번 물어봐라'라고 농담한 적도 있었다. 그만큼 파괴력이 너무 좋다"고 웃어 보이기도 했다.
다른 선수들조차도 안현민의 힘은 ‘진퉁’이라고 인정한 셈이다. 경기장 안팎 모두의 주목을 받는 안현민의 후반기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팬들의 기대가 모인다.

사진=KT 위즈 제공,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