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역사에 남을 ‘도둑질’일 수도? 저지, 홈런 치는 거 말고 잡는 것도 잘 한다…‘MVP 후보’ PCA 막아선 ‘슈퍼 캐…

[SPORTALKOREA] 한휘 기자= 메이저리그(MLB) MVP의 품격은 타격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는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뉴욕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MLB 정규시즌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 2번 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무안타 2볼넷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이날 컵스 마운드는 저지를 집중적으로 견제했다. 좋은 공이 오지 않은 탓에 희생플라이 하나만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런 탓에 팀이 코디 벨린저의 홈런 3개를 포함해 장단 15안타를 몰아치며 11-0 대승을 거두는 와중에 저지 혼자 무안타로 침묵했다.
하지만 양키스 팬들 가운데 저지를 탓하는 이는 없었다. 컵스가 저지를 견제하다가 다른 선수들에게 공략당하며 ‘우산 효과’를 제대로 누린 것을 인정했다. 저지의 앞뒤로 배치된 제이슨 도밍게스와 벨린저가 도합 5안타 6타점 5득점을 합작했다.

무엇보다도 수비에서 저지는 제 역할을 했다. 보통 호수비가 아니었다. ‘MVP 후보’의 홈런을 훔쳤다.
양키스가 3-0으로 앞서던 4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PCA’ 피트 크로우암스트롱이 타석에 섰다. 크로우암스트롱은 양키스 선발 투수 카를로스 로돈의 3구 몸쪽으로 꽂힌 시속 95.5마일(약 153.7km) 패스트볼을 힘 있게 퍼 올렸다.
타구는 우익수 저지의 머리를 넘어 담장을 향해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그런데 관중석에 떨어지기 직전에 저지가 점프하며 글러브를 뻗었다. 타구를 낚아챘다. 홈런 대신 뜬공 아웃이 기록됐다. 한 관중이 뻗은 손이 방해가 됐음에도 침착하게 공을 잡았다.


타구 속도 시속 97.3마일(약 156.6km)에 비거리 327피트(99.6m)로 엄청 큰 타구는 아니었다. 하지만 양키 스타디움의 우측 담장이 워낙 가까워 충분히 넘어갈 수 있었다. 그걸 저지가 잡았다. 크로우암스트롱은 저지의 ‘슈퍼 캐치’를 보더니 손사래를 치며 아쉬움을 표했다.
사실 저지는 타격이 워낙 빼어나서 그렇지 수비력도 준수한 선수다. 데뷔 초창기만 하더라도 우익수 가운데 손에 꼽는 수비 지표를 기록했다. 2017년 1,238.2이닝을 소화하며 OAA(평균 대비 아웃 수) 9, FRV(수비 득점 가치) 11로 두 기록 모두 당해 MLB 전체 2위에 올랐다.
이후 부상이 늘어나고 비교적 몸을 사리게 되며 전과 같은 수비력을 과시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한창 때 보여주던 수비 감각이 어디 간 것은 아니라 여차하면 ‘슈퍼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다. 팀 상황에 따라 수비가 어렵다는 중견수 역할도 맡을 수 있다.

특히나 이번 ‘홈런 스틸’은 또다른 MVP 후보의 타구를 낚아챈 것이라 더욱 인상적이다. 크로우암스트롱은 올해 타율 0.269 25홈런 70타점 27도루 OPS 0.862로 맹활약하며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중이다. 공격은 물론 수비와 주루도 매우 뛰어나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MVP 수상을 저지할 유력 후보로 꼽힌다.
그런데 그런 선수의 홈런을 MVP 2회 수상자이자 올해도 연속 수상에 도전하는 저지가 훔쳐버렸다. MVP가 MVP의 홈런을 뺏어 가는 보기 드문 장면을 오늘 우리가 본 걸지도 모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MLB.com 중계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