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돼!’ 랄리, ‘도핑’ 없이도 본즈 넘기 직전…37·38호 연타석포 쾅! ‘사상 초유’ 전반기 40홈런 가능할까

[SPORTALKOREA] 한휘 기자= 정말 말이 안 되는 경이로움이다. ‘청정 타자’가 ‘약물의 신’을 넘어서기 직전이다.
시애틀 매리너스 칼 랄리는 1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코메리카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2홈런) 5타점 2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경기 초반에는 힘을 쓰지 못했다. 사이 영 상 후보 ‘0순위’로 꼽히는 타릭 스쿠발을 상대로 세 타석에서 삼진 2개와 병살타 1개로 부진했다. 하지만 스쿠발이 내려간 후 랄리의 시간이 찾아왔다.


랄리는 팀이 4-3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던 8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좌완 타일러 홀튼을 상대로 시즌 37호 솔로 홈런을 쳐냈다.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5구째 바깥쪽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담장을 넘겨버렸다. 문자 그대로 말이 안 되는 홈런이었다.
방망이는 식지 않았다. 시애틀이 대량 득점해 8-3으로 앞선 9회 초 무사 만루에서 좌완 브렌트 허터를 상대했다. 이번에는 가운데로 몰린 싱커를 통타했다. 시속 107.1마일(약 172.4km)의 타구는 그대로 총알같이 날아가 좌측 관중석에 떨어졌다. 비거리 405피트(약 123m)의 ‘그랜드 슬램’이자 시즌 38호 홈런이었다.
랄리의 홈런 두 방으로 격차를 크게 벌린 시애틀은 12-3 대승을 거뒀다. 아메리칸리그(AL) 승률 1위 팀을 상대로, 그것도 스쿠발이 등판했는데 완승을 거두는 ‘대박’을 쳤다.
이날 연타석 홈런을 작렬하면서 랄리의 올 시즌 성적은 91경기 타율 0.264 38홈런 81타점 OPS 1.022가 됐다. MLB 전체 홈런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의 MVP ‘독주’를 막을 유일한 경쟁자 지위를 지켰다.

랄리의 올 시즌은 경이롭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지금까지 보여준 홈런 페이스만으로 시애틀 구단은 물론이고 MLB 포수계의 역사를 전부 갈아치우기에 모자람이 없다. 포수가 전반기에 친 최다 홈런 기록은 진작에 경신한 지 오래다.
한 시즌 포수 최다 홈런 기록도 가시권이다. 기존 최고 기록은 2021년 살바도르 페레스(캔자스시티 로열스)가 기록한 48개다. 이제 전반기가 끝나가는 데 고작 10개 차이다. 페이스만 유지하면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
‘멀티 홈런’ 기록도 놀랍다. 랄리는 올 시즌 8번의 멀티 홈런 경기를 펼쳤는데, 이는 시애틀 구단 역사상 1997년 켄 그리피 주니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다 타이기록이다. MLB 전체 스위치 히터 기준으로도 1961년 미키 맨틀(양키스)와 최다 동률이다. 그런데 랄리는 아직 전반기도 안 끝냈다.


이제 랄리의 기록 도전은 배리 본즈의 아성까지 넘보고 있다. 본즈는 MLB 역사상 한 시즌 최다인 73홈런을 기록했던 2001년, 올스타전 휴식기 전까지 무려 39개의 홈런을 쳐냈다. MLB 역사상 전반기에 가장 많은 홈런을 친 선수로 남아 있다.
그런데 본즈는 ‘도핑’ 문제가 걸려 있다. 금지약물 문제가 없는 ‘청정 타자’로 범위를 좁히면 이미 랄리가 최고 기록 보유자다. 심지어 남은 전반기 2경기에서 홈런 하나만 더하면 본즈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만약 랄리가 2경기 안에 홈런 2개를 추가하면 도핑의 도움 없이 포수 포지션에서 ‘약물의 신’을 넘어 MLB 역사상 유일무이한 ‘전반기 40홈런’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일궈낸다. 랄리의 방망이에 비상한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MLB.com 게임데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