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야속해’ MLB의 ‘상징’이었는데…데뷔 15년 차에 맞은 ‘최악의 전반기’, 트라웃도 나이 앞에 장사 없나

[SPORTALKOREA] 한휘 기자= 메이저리그(MLB)의 ‘상징’이던 선수도 나이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은 피하지 못하나 보다.
LA 에인절스 마이크 트라웃은 1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MLB 정규시즌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출전했으나 4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침묵했다.
첫 타석부터 트라웃은 무사 1루 상황에서 힘없는 2루수 땅볼로 4-6-3 병살타를 치며 찬물을 끼얹었다. 3회 말 2번째 타석에서는 5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아웃당했다. 5회 말 3번째 타석에서도 땅볼을 치며 텍사스 선발 투수 패트릭 코빈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7회 말 마지막 타석에서 바뀐 투수 제이콥 래츠를 상대로 괜찮은 타구를 날렸으나 우익수에게 잡혔다. 결국 야수인 케빈 뉴먼이 9회 초에 등판하면서 트라웃은 경기에서 빠졌다. 에인절스는 4-11로 대패했다.

이날 무안타로 침묵하며 트라웃의 시즌 성적은 67경기 타율 0.229 16홈런 36타점 OPS 0.800이 됐다. 전날 멀티 홈런을 작렬하며 0.814까지 끌어올린 OPS가 다시 미끄러지며 0.8 선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객관적으로 나쁜 지표는 아니지만, ‘마이크 트라웃’이라는 이름과는 참 어울리지 않는다. 세월이 야속한 성적이다.
2011년 에인절스에서 데뷔해 40경기를 뛴 트라웃은 2012년 곧바로 30홈런-49도루를 기록하는 맹활약으로 신인왕과 실버 슬러거를 수상하고 MVP 투표 2위에 올랐다. 고작 20세의 나이로 정상급 외야수로 발돋움하며 2010년대 MLB를 호령하는 ‘트라웃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트라웃은 ‘아름다운 10년’을 보냈다. 통산 1,252경기에서 타율 0.304 1,380안타 302홈런 798타점 944득점 201도루 838볼넷 출루율 0.418 장타율 0.582 OPS 1.000이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남겼다.
동기간 MLB 전체에서 유일하게 통산 OPS가 1을 넘겼다. 장타율과 득점 순위도 가장 높았다. 그 외에도 홈런 3위, 타점 8위, 출루율 2위 등 온갖 지표 상위권을 석권했다.
누적된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팬그래프’ 기준 73.5에 달했다. 2위 버스터 포지(48.8)과 25에 가까운 차이가 났다. 압도적이었다. 이 시기 트라웃은 그야말로 MLB의 ‘상징’이었다. MVP 3회 수상, 9년 연속 실버 슬러거 수상 등 온갖 기록이 트라웃의 위엄을 대변한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2021시즌 종아리를 다쳐 36경기 출전에 그친 것이 몰락의 시작이었다. 2022시즌 40홈런을 때려내며 화려하게 돌아왔으나 119경기 출전에 그치며 불안감을 남겼다.
이후 트라웃은 2년 연속으로 부상에 시달리며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단 29경기 출전에 그치며 2023년까지 이어지던 11회 연속 올스타 선정 기록도 끊겼다. 올해는 ‘에이징 커브’까지 겹쳤다.
성적도 떨어졌다. 전성기 대비 OPS가 0.1 이상 하락했다. 트라웃이 올해 이대로 전반기를 마치면 데뷔 후 가장 낮은 OPS로 전반기를 마무리한다. 부상과 부진이 겹친 지난해조차 OPS 0.867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0.8 지키는데 급급한 실정이다.
트라웃을 따라오던 스포트라이트도 어느새 옛 팀메이트 오타니 쇼헤이를 비롯한 다른 ‘슈퍼스타’들에게 넘어갔다. 트라웃의 전성기를 ‘월드 시리즈 출전 0회’라는 기록과 함께 보내버린 에인절스의 근시안적인 구단 운영은 딱히 달라진 것이 없다. 씁쓸함만 남는 근황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