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평가전 대승에도…안준호 감독 "제공권 밀리면 희망 없어"

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남자 농구 대표팀은 11일 안양 정관장아레나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5 남자농구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91-77로 승리했다.
경기를 마친 뒤 안 감독은 "선수들이 '원 팀 코리아' 정신으로 하나가 돼 사명감을 가지고 희생 정신을 보여줬다"면서도 "이대로 가면 희망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안 감독은 "우리는 국제대회에 나가면 최단신이고, 제공권에서 밀리면 답이 없다. 리바운드를 잡고 공을 소유해야 득점을 올릴 수 있는데, 그게 안 되면 희망이 없다"고 자평했다.
일본과 비교해 높이에서 열세라는 평가를 받는 한국은 리바운드 싸움에서 31-39로 밀렸다.
특히 공격 리바운드에서 격차가 컸다. 한국은 공격 리바운드 7개에 그친 반면 일본은 17개를 잡았다.
한국은 외곽슛이 터지면서 리바운드 싸움에서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었다. 3점슛도 18개를 넣어 13개인 일본에 앞섰다. 이날 한국의 3점슛 성공률은 50%에 달했다.
유기상(창원 LG)과 이정현(고양 소노)이 나란히 3점포 5방을 몰아쳤고, 이현중도 3점포 4방을 터뜨렸다.
안 감독은 "3점슛 성공률이 50%에 달한 것은 대표팀 사상 처음일 것이다. 슛은 항상 굴곡이 있다"고 말했다.
또 "2쿼터에서는 앞선에서 일대일 수비가 안 돼 뻥뻥 뚫렸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18득점 6리바운드로 활약한 여준석(시애틀대)에 대해서도 안 감독은 "우리 팀에서 슈팅, 일대일 능력 뿐 아니라 운동 능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라며 "리바운드 10개씩은 잡아줘야 한다. 단계적으로 나아지고 있지만 더 좋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평가전에는 해외파 듀오이자 한국 농구의 미래로 꼽히는 여준석, 이현중(일라와라 호크스)이 2021년 이후 4년 만에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뛰어 관심을 모았다.
이현중은 이날 25득점 6리바운드로 존재감을 과시하며 한국의 승리를 견인했다.
안 감독은 "두 선수가 우리나라에 있다가 외국 리그로 가서 전혀 다른, 생소한 스타일의 농구를 하고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공격 1인자였지만 외국에서는 수비도 해야 한다"며 "미국에서는 수비를 안하면 빼 버린다. 둘이 대표팀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특정 선발 라인업을 고수하지는 않는다는 안 감독은 "수비와 리바운드에서 열정을 보이지 않으면 기용하기가 곤란하다. 빠른 공수 전환과 속공 등 팀에 대한 사명감과 희생 정신,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토머스 호바스 감독은 "일본이 3점슛에서 밀린 것이 패인이다. 홈 구장에서 경기하는 한국 대표팀이 에너지를 더 많이 받은 것 같다"며 "우리 팀은 어린 선수들로 구성해 배워가는 과정이다.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도록 할 생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13점을 올리며 분전한 테이브스 가이는 "경기 시작과 3쿼터 초반에 한국에 3점포를 많이 내줘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면서 "우리는 아직 젊은 팀이라 경험이 적다. 경험이 잇는 선수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보완해서 13일 두 번째 평가전에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