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공대생’ 좌완의 고난도 ‘함수 피칭’, 2,604일 만의 8이닝 소화까지…누가 뭐래도 두산의 ‘진짜 에이스’는 잭로그…

[SPORTALKOREA] 한휘 기자= 마치 이름처럼 상대 타자들에게 고난도 함수 문제를 던지는 듯한 투구였다.
두산 베어스 잭로그는 1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전반기 마지막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4피안타 3볼넷 3탈삼진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압도적인 투구로 탈삼진을 쭉쭉 뽑아내진 않았다. 하지만 절묘한 투구로 롯데 타자들의 범타를 끊임없이 유도하며 아웃 카운트를 쌓아 나갔다. 1회부터 땅볼 3개로 삼자범퇴를 기록했고 2~4회에는 3이닝 연속으로 병살타를 유도해 이닝을 정리했다.
5회에 첫 고비가 왔다. 전준우와 유강남을 연달아 볼넷으로 내보내 무사 1, 2루 상황에 몰렸다. 하지만 전민재와 박재엽을 뜬공으로 정리한 뒤 조세진을 3루수 땅볼로 유도해 위기를 모면했다.

6회에도 병살타를 끌어내며 세 타자로 이닝을 끝냈다. 7회에 내야 안타 하나를 내줬으나 이번에도 나머지 세 타자를 전부 범타로 돌려세웠다. 8회도 볼넷 하나만 주고 정리한 뒤 임무를 마치고 김한중에게 배턴을 넘겼다. 투구 수는 단 91개에 불과했다.
로그의 호투에 타선도 응답했다. 3회에 3점을 먼저 얻고 7회에 제이크 케이브의 1타점 적시타가 더해졌다. 여기에 9회 초에 정수빈의 솔로 홈런(5호)을 필두로 대거 5득점 하며 9-0 승리를 완성했다. 로그의 시즌 5승(7패)이 기록됐다.
로그는 이번 호투로 전반기를 18경기 108⅔이닝 5승 7패 평균자책점 3.23 92탈삼진 42사사구(32볼넷 10사구)로 마쳤다. 두산에서 유일하게 규정 이닝을 채웠음은 물론이고 50이닝 넘게 던진 모든 투수 가운데 가장 평균자책점이 낮다. 그야말로 ‘에이스’다.

‘8이닝’이라는 지표도 인상적이다. 올 시즌 두산 선발 투수의 한 경기 최다 이닝은 곽빈이 6월 15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기록한 7⅔이닝(6피안타 무사사구 2실점)이었다. 이를 경신하며 올해 두산 투수 가운데 처음 8이닝을 채웠다.
로그 개인에게도 의미 있는 경기다. 로그가 한 경기 8이닝을 던진 것은 미국 시절을 포함해 생애 2번째다.
로그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산하 싱글A 랜싱 러그너츠에서 뛰던 2018년 5월 24일(한국시각) 사우스벤드 컵스(시카고 컵스 산하)를 상대로 8이닝 3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4K 1실점을 기록했었다. 이번 8이닝 투구는 무려 2,604일 만이다.

로그는 본래 두산에 합류할 예정이 아니었다. 당초 두산은 우완 토마스 해치-좌완 콜 어빈으로 외국인 투수진을 꾸렸다. 그런데 해치가 메디컬 테스트에서 문제가 발견돼 계약이 취소됐고, 로그가 대신 합류했다.
‘대타’로 합류했으나 결과는 성공적이다. 시즌 초에 다소 부진했으나 리그 적응을 마친 후 선전하고 있다. 사사구가 다소 많으나 빼어난 범타 유도 능력으로 제 몫을 한다. 오히려 함께 영입된 어빈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면서 로그의 평가가 더 올랐다.
로그는 두산에 합류한 후 이름 때문에 ‘로그함수’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때마침 로그 본인이 ‘공대생’ 출신이라 이러한 별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런데 별명에만 그치지 않는다. ‘함수’ 같은 난제를 타자들에게 던지며 두산의 진정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후반기까지 이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 눈길이 간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