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야구’ 아니냐고? 그럴 리가! ‘김하성 백업’ 유틸리티 내야수, 실력으로 증명했다…“어디서나 ‘골드 글러브’급” 극찬

[SPORTALKOREA] 한휘 기자= ‘인맥야구’라는 비아냥을 잠재우는 맹활약이었다.
탬파베이 레이스 테일러 월스는 1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코메리카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경기에 8번 타자-2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초반부터 날카로운 타구를 연이어 날리던 월스는 6회 초 3번째 타석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다. 김하성의 동점 적시 2루타로 3-3이 된 가운데, 이어진 2사 2루 기회에서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깨끗한 안타를 날려 김하성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역전 적시타였다.
공이 홈으로 날아가는 사이 2루로 진루한 월스는 이어진 대니 잰슨의 적시타로 득점도 올렸다. 이후 8회 초 마지막 타석에서도 좌전 안타를 더하며 ‘멀티 히트’ 경기를 완성했다. 득점으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2루 도루도 성공했다.

월스의 활약은 타격에 국한되지 않았다. 장기인 수비에서 빼어난 활약을 선보였다. 특히 3회 말 선두타자 맷 비얼링의 안타성 타구를 건져낸 호수비가 인상적이었다. 타구 속도가 시속 107마일(약 172.2km)에 달한 데다 바운드도 까다로웠음에도 깔끔하게 잡아냈다.
이후로도 4개의 타구가 월스를 향해 굴러갔으나 전부 안정적으로 처리했다. 9회 말 2사 1루에서는 글레이버 토레스의 타구가 피트 페어뱅크스의 다리에 맞고 굴절됐으나 완벽한 백핸드 캐치로 아웃을 만들어 경기를 끝냈다.

사실 월스는 타격에서는 좋은 모습을 못 보이는 선수다. 오늘 멀티 히트로 활약했음에도 시즌 성적이 타율 0.211 3홈런 29타점 OPS 0.577로 ‘낙제점’ 수준이다. 비단 올해뿐만 아니라 지난 4시즌 간 통산 379경기에서 타율 0.188 203안타 18홈런 98타점 OPS 0.580에 그쳤다.
특히 최근 2시즌 내내 OPS가 0.6을 넘기지 못한다. 나이도 30세에 가까워지는 중이라 발전의 여지도 크지 않다. 그럼에도 꾸준히 기회를 받고 있어 팬들 사이에서 불만도 나온다.
특히 ‘인맥야구’라는 비아냥이 월스를 끊임없이 따라붙고 있다.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출신인 월스는 공교롭게도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의 직속 후배다. 이러다 보니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캐시 감독과의 ‘학연’으로 로스터에 살아남고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
오죽하면 2021년 시범경기 도중 캐시 감독이 외야수 브렛 필립스의 “월스가 같은 대학교 출신인 걸 알고 있었냐”라는 물음에 “(월스가) 왜 뛰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라고 농담조로 답한 것이 ‘알고 보니 진담이었다’라는 식으로 입방아에 오를 정도다.


하지만 월스는 자신이 살아남는 이유를 증명하고 있다. 일단 부진하던 타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특히 6월 이후로만 19개의 타점을 올려 동 기간 팀 내 2위를 마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1루수를 뺀 내야 전 포지션에서 두루 좋은 수비를 과시한다. 유틸리티 부문 골드 글러브 최종 후보로 이름을 올릴 정도다. 현지 매체 ‘탬파베이타임즈’의 릭 스트라우드는 “골드 글러브 감이다. 포지션을 가리지 않는다. 인상적이다”라며 극찬하기도 했다.
물론 입지가 좋지는 않다. 탬파베이는 MLB 전체 유망주 순위 31위에 달하는 유격수 카슨 윌리엄스를 필두로 촉망받는 선수들이 콜업을 노리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는 월스가 언제 정리돼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만큼은 월스도 나름의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최소한 ‘인맥야구’ 소리를 들을 상황은 아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