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진짜로 ‘외국인 주장’ 보겠네! ‘동점 투런포+쐐기 솔로포’ 두산 승리 견인…7월 OPS 1.393, ‘박동굴’의 뜨거…

[SPORTALKOREA] 한휘 기자= 진짜로 KBO리그 역사상 첫 ‘외국인 주장’이 내년에 탄생할지도 모른다.
두산 베어스 제이크 케이브는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주중 3연전 첫 경기에 3번 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2홈런) 3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첫 세 타석에서 안타 하나를 쳐낸 케이브는 3-5로 밀리던 8회 초에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다. 무사 1루 상황에서 바뀐 투수 김진욱의 3구째 커브를 퍼 올려 우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투런포(7호)를 작렬했다. 타구 속도 163.5km/h, 비거리 128.3m의 대형 홈런으로 경기는 순식간에 동점이 됐다.

두산은 박계범의 역전 적시타로 7-5로 앞서나갔다. 그리고 9회 초에 케이브의 방망이가 다시 불을 뿜었다. 송재영의 2구 패스트볼을 통타해 가운데 담장을 넘겨버렸다. 시즌 8호 솔로 홈런. 이번에도 비거리 128m가 기록됐다. 타구 속도는 169.5km/h로 첫 홈런보다 빨랐다.
케이브의 멀티 홈런 활약을 앞세워 두산은 8-5 역전승을 거두고 2연승을 질주했다. 5회까지 1-4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던 경기를 뒤집은 것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케이브는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MLB) 무대를 누볐다. 통산 52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36 45홈런 176타점 OPS 0.692를 기록했다. 그리고 올해 두산과 계약하며 한국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6월 중순 한때 OPS가 0.705까지 추락하며 일각에서 퇴출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날이 더워지는 6월 말부터 함께 뜨겁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6월 마지막 9경기에서 14개의 안타를 몰아치며 두산 타선을 이끌었다. 그러더니 7월 7경기에서 타율 0.464(28타수 13안타) 2홈런 9타점 OPS 1.393으로 펄펄 날고 있다.
최근의 상승세 덕에 케이브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312 8홈런 46타점 OPS 0.820으로 올랐다. 5월 17일 KIA 타이거즈전 이후 약 7주 만에 OPS가 0.8 위로 돌아왔다.
케이브는 보이는 성적 이상으로 팀에 큰 영향력을 끼친다. 일단 코너 외야수로 흠잡을 곳 없는 수비를 자랑한다. 도루도 12개나 기록하면서 단 한 차례도 실패하지 않았다. 심지어 케이브의 홈구장이 타자에게 극히 불리하고 넓은 수비 범위를 요구하는 잠실임을 고려하면 더욱 가치가 높다.

무엇보다도 ‘허슬두’라는 팀의 아이덴티티에 딱 맞는다는 평가다. 케이브는 미국 시절부터 폭발적인 승부욕과 매사에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콜로라도 시절 심판의 오심 탓에 홈런을 맞은 직후 심판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장면은 MLB 팬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한국에 와서도 여전하다. 훈련부터 경기까지 항상 최선을 다하며 선수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 6월 5일 KIA 타이거즈전 김민석의 끝내기 안타 때 헬멧이 벗겨질 듯이 전력 질주해 홈으로 몸을 던지는 모습은 케이브의 ‘허슬’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면이었다.
이에 케이브가 주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두산은 조성환 감독대행 부임 후 ‘허슬두’ 정신을 강조하며 젊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 이들에게 케이브의 ‘허슬’은 살아있는 교재다.

그런 상황에서 타격감마저 살아나며 재계약 가능성도 점점 커진다. 내년에도 두산에서 뛴다면 KBO리그 역사상 첫 외국인 주장으로 임명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미 축구와 같은 다른 스포츠에서는 K리그 FC 서울의 주장을 맡았던 오스마르 이바녜스와 같은 사례도 있다.
케이브는 한국 진출 후 성 ‘Cave’에서 유래한 동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본인이 ‘박’씨를 택해 ‘박동굴’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어쩌면 내년에는 ‘캡틴 박동굴’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