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KKKKK’ 대박! 롯데 ‘매드 피처’, 주형광-장원준 이후 끊긴 계보 잇나…‘첫 승리’ 무산됐어도 홍민기는 빛났다

[SPORTALKOREA] 한휘 기자= ‘데뷔 첫 승’은 날아갔지만, 그럼에도 큰 의미가 있는 인상적인 등판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홍민기는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주중 3연전 첫 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서서 5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1회부터 홍민기는 삼진 2개를 잡으며 위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2회에 선취점을 내줬다. 2사 1루 상황에서 오명진에게 우중간 깊숙이 떨어지는 적시 3루타를 맞았다. 하지만 강승호를 3루수 땅볼로 잡고 추가 실점은 억제했다.

한숨 돌린 홍민기는 3회부터 다시 두산 타선을 압도했다. 3회 세 타자를 삼자범퇴로 정리했다. 4회에는 선두타자 제이크 케이브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김재환과 박준순을 삼진으로 잡으며 실점하지 않았다.
홍민기는 5회를 ‘KKK’로 삭제하는 기염을 토했다. 홍민기의 호투에 타선이 침묵하던 타선도 드디어 응답했다. 5회 말 한태양과 박찬형의 적시타에 이어 빅터 레이예스의 투런포(10호)까지 나오며 순식간에 4-1로 역전했다.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춘 홍민기는 6회부터 불펜진에게 배턴을 넘겼다. 롯데가 8회 초에 역전을 헌납하며 데뷔 첫 승리는 아쉽게 무산됐으나 홍민기의 투구 내용은 엄지를 추켜세우게 했다.

홍민기는 2001년생의 어린 좌완 투수다. 2024시즌까지 1군에서 단 4경기 4이닝만 소화할 만큼 ‘무명’에 가까웠다. 오히려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전설적인 프로게이머 ‘매드라이프’ 홍민기와 동명이인인 점으로 더 이름을 알렸을 정도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9경기(1선발) 15이닝 1홀드 평균자책점 1.20으로 훌륭하다. 탈삼진 19개를 잡는 동안 볼넷은 5개로 잘 억제했다.
중간 계투로 2경기에 나선 뒤 6월 18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대체 선발로 나와 4이닝 1실점 ‘깜짝 호투’를 펼쳤다. 22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박세웅에 이은 2번째 투수로 출격해 3이닝 무실점 호투로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이를 바탕으로 차기 필승조 자원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이번 두산전에서 5회를 채우고 선발승 코앞까지 다가서며 평가가 바뀔 여지가 생겼다. 구원 투수가 아니라 선발 자원으로 육성해도 좋지 않겠냐는 것이다.

홍민기는 올해 선발로 나선 2경기에서 도합 9이닝 2실점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최고 156km/h의 패스트볼과 각이 큰 슬라이더를 앞세워 상대 타자들을 요리했다.
물론 체인지업과 같은 ‘오프 스피드 피치’를 던질 줄 모른다는 약점이 있다. 지금과 같은 ‘투 피치’로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구위만 가지고도 선발 투수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것만으로도 꽤 인상적이다.

더구나 홍민기는 올해 퓨처스리그에서도 대부분 불펜으로 나왔다. 선발 투수로 몸을 만들지 않았음에도 적잖은 이닝을 소화했다. 50구가 넘어가는 와중에도 패스트볼 구속이 150km/h까지 나왔다.
장기적으로 선발 수업을 받고 제3 구종을 장착한다면 롯데의 좌완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이번 등판에서 보여 준 셈이다.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가 있다.
롯데는 1990년대 주형광, 2000~10년대 장원준으로 이어지는 ‘토종 좌완 선발’의 계보가 있었다. 그러나 장원준이 FA 자격을 얻어 두산으로 떠난 이후 후계자가 나오지 못했다. 어쩌면 홍민기가 이 둘의 의지를 이을지도 모른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