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넨 쓰레기야!” ‘44세 별세’ 우승 주역한테 그냥 “있었다”라고? 팬도 선수도 한목소리로 ‘극대노’…“ESPN, 부끄러워…

[SPORTALKOREA] 한휘 기자= 미국 최대 스포츠 매체의 잘못된 단어 선정에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화이트삭스 팬과 전직 선수들이 한목소리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화이트삭스 구단은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각) “전직 올스타 투수이자 2005년 월드 시리즈 챔피언인 바비 젱크스가 지난 5일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세상을 떠났다”라고 전했다. 향년 44세. 구단에 따르면, 젱크스는 생전 위암의 일종인 ‘선암(adenocarcinoma)’으로 투병 중이었다.
젱크스는 2005년부터 7시즌 간 MLB 무대를 누비며 통산 348경기 16승 20패 173세이브 평균자책점 3.53을 기록한 구원 투수다. 특히 데뷔 시즌이던 2005년 화이트삭스가 88년 간의 설움을 끝내고 월드 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시즌 중에 빅리그로 콜업된 젱크스는 9월 하순 들어 마무리 투수 더스틴 허만슨이 난조를 보이자 대신 클로저 자리를 꿰찼다. 신인 선수임에도 포스트시즌 6경기에서 4개의 세이브를 챙길 정도로 호투를 펼쳤다.
특히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월드 시리즈에서는 4경기에 전부 등판하는 투혼을 펼쳤다. 연장 승리의 발판을 놓은 3차전의 2이닝 무실점 호투, 시리즈를 끝낸 4차전의 세이브 등 명장면을 연출하며 ‘영웅’으로 등극했다.
젱크스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뛴 2011시즌을 끝으로 부상과 의료사고 등 불행이 겹치며 일찍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올해는 자택이 산불의 영향으로 전소되는 등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화이트삭스는 6일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묵념의 시간을 가지며 그를 추모했다. A.J. 피어진스키와 저메인 다이, 폴 코너코 등 젱크스와 함께 2005년 우승을 일궈낸 주역들도 추모의 메시지를 남겼다. 팬들도 ‘우승 주역’의 별세에 한 목소리로 애도를 표했다.

그런데 화이트삭스 팬들을 분노케 하는 일이 있었다. 미국 최대 스포츠 전문 매체인 ‘ESPN’의 보도가 원인이었다. ESPN은 6일 오전 “전직 화이트삭스 투수 젱크스가 44세로 세상을 떠났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송고했다.
문제는 SNS에 기사를 공유하며 쓴 단어였다. ESPN은 “2005년 월드 시리즈 우승 당시 로스터에 있었던 젱크스가 세상을 떠났다”라는 문구와 함께 기사를 공유했다.
젱크스는 단순히 로스터 한자리를 차지하기만 한 선수가 아니다. 팀에 88년 만의 우승을 안긴 주역이었다. 그런 선수를 두고 그냥 “있었다”라고만 표현한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단어 선정이었다.

기사 내용도 부실했다. 특히 2005년 포스트시즌 내용이 문제였다. “디비전 시리즈 3차전과 월드 시리즈 4차전에서 시리즈를 마무리한 세이브를 올렸다”라는 내용만 있었다. 월드 시리즈 4경기에 전부 등판하는 등 총 4개의 세이브를 따냈다는 말은 보이지 않았다.
화이트삭스 팬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 회사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망가졌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밖에 표현을 못 하지?”라는 등의 비난이 이어졌다. 한 팬은 “ESPN은 쓰레기야”라고 직격했다.
전직 야구 선수들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2005년 젱크스와 배터리를 맞췄던 포수 피어진스키는 “그냥 로스터에 있는 것 이상으로 훨씬 많은 일을 했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MLB에서 12시즌 간 뛰었던 좌타자 덕 민케이비치도 “ESPN은 이딴 문장을 쓴 걸 부끄러워해야 한다!”라며 “조사를 좀 하고 (글을) 내보내라. 존중을 보여라”라고 ESPN의 ‘내려치기’를 비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SPN 공식 X(구 트위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