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유’ 52번 대관식, ‘8회 5득점’ 대역전극으로 화려한 피날레…“재호 형 마지막 날에 좋은 경기 할 수 있어 다행”

[SPORTALKOREA] 한휘 기자= 두산 베어스의 한 시대를 풍미한 ‘천재 유격수’의 마지막 날은 후배들이 만든 대역전극으로 장식됐다.
두산은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8-7로 이겼다. 이 승리로 두산은 시즌 34승(3무 48패)째를 거두고 리그 9위 자리를 지켰다.
이날은 두산에게 특별한 하루였다. 두산에서만 21년간 활약하며 3번의 우승을 함께 한 ‘천재 유격수’ 김재호의 은퇴식이 열리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김재호는 2004년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해 2024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통산 1,793경기 타율 0.272 1,235안타 54홈런 600타점 581볼넷 OPS 0.722의 성적을 남겼다. 유격수 골든글러브 2회 수상, 국가대표팀 2회 차출 등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올 시즌 해설위원으로 제2의 인생을 살던 김재호는 오늘 ‘선수’로 마지막 날을 가졌다. 은퇴 선수 특별 엔트리로 등록돼 6번 타자-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오랜만에 등번호 52번 유니폼을 입고 잠실 그라운드에 섰다.

김재호는 1회 초 2사 후 교체되며 경기를 마쳤다. 등번호를 물려받은 ‘1차 지명 후계자’ 박준순이 필드로 들어왔다. 김재호는 이날 입었던 52번 유니폼을 벗어서 박준순에게 입혀줬다. 두산 52번의 ‘대관식’이 이뤄지는 장면이었다.
김재호를 위해 똘똘 뭉친 두산은 끝내 승리를 따냈다. 경기 중반까지는 전세가 좋지 않았다. 선발 투수 최승용이 4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다. 타선이 양의지의 추격의 솔로포(13호)를 필두로 야금야금 따라갔으나 KT도 점수를 꾸준히 내면서 8회 초까지 3-6으로 끌려갔다.

하지만 ‘약속의 8회’가 두산을 구했다. 정수빈의 볼넷과 제이크 케이브의 안타로 나온 무사 1, 2루 기회에서 양의지의 좌전 1타점 적시타가 터졌다. 이어 김재환이 주권의 2구 몸쪽 투심을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살짝 넘기는 역전 스리런포(8호)를 터뜨렸다.
승부를 뒤집은 두산은 끝내 8-7 신승을 거두며 김재호의 선수로서의 마지막 날을 승리로 장식했다. 과거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이 “우리 팀을 위해 청춘을 바치고 헌신한 김재호에게 기억에 남는 마무리를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는데, 결국 극적인 역전승을 선물했다.
김재호와 함께 두산의 전성기를 이끈 양의지와 김재환의 홈런이 승리를 견인해 의미를 더했다. 특히 김재환은 5월 28일 이후 한 달 넘게 ‘홈런 가뭄’이 이어지며 두산의 4번 타자다운 모습이 나오지 않았는데, 김재호의 은퇴식 날에 고대하던 홈런을 터뜨렸다.

김재환도 중요한 순간에 터진 홈런에 안도감을 드러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김재환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무조건 좋은 결과가 나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실투가 왔는데, 오랜만에 홈런이 나왔다. 잘 쳤다기보다는 운 좋게 홈런이 됐다”라고 상황을 돌아봤다.
이어 “(김)재호 형의 선수로서 마지막 날에 이렇게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며 “몇몇 선배님들의 은퇴식을 봐왔는데, 재호 형과는 좋았던 기억이 많고, 슬펐던 기억도 많아서 감정들이 복합적이었다. 조금 감정적으로 컨트롤하기 쉽지 않았는데, 그래도 오늘 기쁜 마음으로 보내주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김재호는 경기 후 거행된 은퇴식을 끝으로 21년 간의 선수 생활에 완전한 마침표를 찍었다. 영상 편지와 꽃다발 전달식 등이 진행됐고, 이어 김재호가 은퇴사를 낭독했다. 동료 선수들, 코치진, 가족들에 감사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재호는 “오늘의 인사가 ‘영원한 안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나 두산 베어스 곁에 있을 것이다. 두산과 팬 여러분은 나의 자부심이자 전부”라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