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넷-볼넷-볼넷’ 홈런왕 집중 견제 시작이오! ‘기록 제조기’ 랄리 피해 다니는 투수들, 덕분에 오타니까지 제쳤다고?

[SPORTALKOREA] 한휘 기자=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들에게는 늘 ‘집중 견제’가 따라붙는다. 이제 칼 랄리(시애틀 매리너스)도 피할 수 없다.
랄리는 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T-모바일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경기에 3번 타자-포수로 선발 출전해 1타수 무안타 3볼넷을 기록했다.
볼넷으로만 3번이나 1루를 밟을 정도로 랄리는 견제에 시달렸다. 심지어 피츠버그 선발 투수 마이크 버로우스가 유리한 카운트를 점하고도 좋은 공을 던지지 않았다. 1회 말 1-2 카운트에서 파울 2개를 커트한 끝에 볼 2개를 얻어 볼넷으로 나간 것이 시작이었다.

3회 말 2번째 타석에서는 2사 2루 상황이라 1루가 비어 있자 아예 고의4구를 얻어냈다. 올 시즌 11번째로 이 부문 MLB 공동 2위였던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넘어 단독 2위로 올라섰다.
5회 말 2사 1루 상황에서 들어선 3번째 타석에서도 1-2 카운트에 몰렸다. 하지만 버로우스는 여전히 좋은 공을 던지지 않았다. 최대한 공을 바깥쪽으로 빼다가 끝내 3타석 연속해서 볼넷으로 랄리를 내보냈다.
볼넷만 많아지니 급해진 걸까. 랄리는 7회 말 아이작 매츤을 상대로 들어선 마지막 타석에서 계속해서 배트를 냈다. 파울만 5개를 치다가 결국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이날의 유일한 ‘타수’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 결과로 랄리의 시즌 타율은 0.270으로 전날 대비 1리 하락했다. 하지만 OPS는 1.029로 오히려 0.002 올랐다. 볼넷을 3개나 얻은 덕에 출루율이 0.383으로 전날 대비 4리나 올랐기 때문이다.

랄리가 이렇게 투수들로부터 ‘경계 대상’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올 시즌 87경기에서 타율 0.270 35홈런 74타점 OPS 1.029로 어마어마한 성적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산술적으로 63~64개의 홈런을 쳐낼 수 있는 페이스다.
‘전반기 35홈런’은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기록이다. 100년이 넘는 MLB 역사에서 올스타전 전에 랄리보다 많은 홈런을 친 선수는 2001년 배리 본즈(39개), 2013년 크리스 데이비스(37개), 1998년 마크 맥과이어, 1969년 레지 잭슨(이상 37개) 등 단 4명이다.
그런데 본즈와 맥과이어는 약물 문제로 기록이 더럽혀졌다. 이들을 뺀 ‘청정 타자’ 가운데는 데이비스와 잭슨 만이 랄리의 위에 있다.

게다가 랄리는 전반기에만 7번의 멀티 홈런 경기를 펼쳤다. 이는 1969년 레지 잭슨에 이은 역대 2위에 해당한다. 아울러 시애틀 구단 역사상 한 시즌 최다 멀티 홈런 기록은 1997년 ‘전설’ 켄 그리피 주니어가 세운 8번인데, 랄리는 전반기에 이미 이 기록에 거의 근접했다.
심지어 랄리는 수비 부담이 심한 포수 포지션에서 이런 성과를 냈다. MLB 역사상 포수가 전반기에 30홈런을 돌파한 것은 랄리가 처음이다.
이러한 활약으로 랄리는 MLB 전체 홈런·타점 1위에 올라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의 MVP 독주를 막을 유력 후보로 꼽힌다. 상대 투수들이 랄리를 피하고 싶어지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랄리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오늘 피츠버그는 ‘랄리 견제’ 전략으로 재미를 봤다. 랄리를 제외한 시애틀 타선이 단 5안타 2볼넷 1득점에 그친 것이다. 비록 피츠버그 타선도 부진해 경기는 시애틀의 1-0 승리로 끝났으나 랄리를 최대한 피하는 비책 자체는 통한 셈이다.
효과가 입증됐으니 다른 팀들도 더욱 적극적으로 랄리를 견제할 것이다. 이를 돌파할 수 있다면 비로소 랄리가 홈런왕의 자질을 갖췄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