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날 뻔!’ 열흘 전 악몽 되풀이되는 줄…만루 기회 놓친 이정후, ‘홈 주루사’ 면한 것이 다행

[SPORTALKOREA] 한휘 기자= 하마터면 열흘 전 ‘홈 주루사’의 악몽이 되풀이될 뻔했다.
이정후는 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의 수터 헬스 파크에서 열리는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애슬레틱스와의 경기에 5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1회 초 첫 타석부터 이정후에게 절호의 기회가 왔다. 앞선 타자들이 꾸준히 출루하며 1사 만루 상황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정후는 상대 선발 투수 루이스 세베리노의 몸쪽 높은 커터를 잘못 건드렸다. 3루수 쪽 힘 없는 땅볼이 되며 3루 주자가 홈에서 잡혔다. 다행히 윌리 아다메스의 2타점 적시타로 점수는 났으나 하마터면 이정후가 ‘찬물’을 끼얹을 뻔했다.
이정후는 곧바로 아쉬움을 만회했다. 3회 초 2사 1루 상황에서 좌중간 좋은 코스에 떨어지는 안타를 기록했다. 중견수 덴젤 클라크가 1루 주자 맷 채프먼을 잡으려고 3루로 송구하는 사이 이정후는 2루까지 진루했다.

그런데 뒤이어 아찔한 상황이 나왔다. 아다메스가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깨끗한 안타를 쳤다. 3루 주자 채프먼이 홈을 밟은 가운데 2루 주자 이정후도 홈으로 달렸다. 그런데 좌익수 타일러 소더스트롬의 홈 송구가 정확했다. 주루사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운이 좋았다. 포수 셰이 랭글리어스가 물러서서 받느라 태그가 늦었다. 심지어 태그 과정에서 공을 흘리는 실책까지 범하며 명백한 세이프가 됐다. 이정후가 팀의 4번째 득점을 올린 순간이었다.

결과가 좋았기에 망정이지 이번에도 위험한 질주였다. 이정후는 열흘 전인 6월 26일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에서도 9회 말 패트릭 베일리의 좌전 안타 때 2루에서 홈까지 파고 들다가 아웃당한 아픈 기억이 있다.
과거 KIA 타이거즈의 감독을 역임했던 맷 윌리엄스 3루 주루 코치의 판단이 지적받았다. 윌리엄스 코치는 그 전날 경기에서도 라파엘 데버스를 상대로 무리한 진루를 지시했다가 주루사가 나와 팬들 사이에서 불만 섞인 목소리를 들은 바 있다.
이번에도 다소 무리해서 팔을 돌렸다. 좌익수 소더스트롬은 포수 출신이라 어깨가 꽤 괜찮은 편이다. 타구도 빨라서 소더스트롬이 공을 잡을 때 이정후는 3루를 채 밟지 못했다. 그럼에도 홈 대시를 지시했다. 세이프가 되긴 했으나 좋은 평가를 주기 어려운 판단이었다.

이정후는 나머지 타석에서 침묵으로 일관했다. 3번째 타석 삼진에 이어 4, 5번째 타석에서는 빗맞은 뜬공으로 허무하게 물러났다. 팀이 7-2로 이겼으나 이정후 본인의 경기력은 아쉬움이 남았다.
이날 경기 결과로 이정후의 시즌 성적은 타율 0.243 6홈런 36타점 OPS 0.706이 됐다. 저번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 시리즈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반등의 기미를 보였는데, 애슬레틱스를 상대로 2경기에서 9타수 1안타에 그치며 성적이 다시 내림세다.

5월부터 부진에 시달린 이정후는 6월 들어 월간 타율 0.143(84타수 12안타)이라는 끔찍한 기록을 남기며 최악의 한 달을 보냈다. 타격 밸런스가 무너진 듯 좋은 타구가 좀체 나오지 않았다.
애리조나전에서는 좋은 타구를 꾸준히 생산하며 부활을 향한 팬들의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상대 팀이 바뀌자마자 다시 타구의 질이 급격히 나빠지는 모양새다. 내일(7일) 이어지는 맞대결에서 만회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