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실점→5실점→8실점→3실점→8실점’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7년 만의 최악 부진, ‘안경 에이스’의 힘겨운 2025시즌

[SPORTALKOREA] 한휘 기자= ‘안경 에이스’의 부진이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은 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섰으나 4이닝 11피안타(3피홈런) 2볼넷 3탈삼진 8실점으로 무너졌다.
1회부터 흔들렸다. 고종욱에게 리드오프 홈런(2호)을 맞더니 패트릭 위즈덤에게도 솔로포(18호)를 맞고 두 점을 먼저 내줬다. 2회에는 김호령의 솔로 홈런(1호)과 고종욱의 희생플라이가 나오며 두 점을 또 허용했다.
3회를 무실점으로 막은 박세웅은 4회에 또 연달아 안타를 맞은 끝에 고종욱의 땅볼 때 한 점을 더 내줬다. 여기에 5회 시작 후 안타-볼넷으로 주자를 쌓은 뒤 오선우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자 바로 강판당했다. 구원 등판한 정현수가 김호령에게 만루 홈런(2호)을 맞아 박세웅의 실점은 8점으로 불어났다.

최악의 투구였다. 롯데도 0-13으로 참패하며 좋던 기세를 잃고 2연패에 빠졌다. 시즌 37패(45승 3무)째를 떠안으며 상승세의 KIA(45승 3무 36패)에 2위 자리를 내주고 공동 3위로 미끄러졌다.
이날 부진으로 박세웅의 올 시즌 성적은 17경기 95⅓이닝 9승 6패 평균자책점 5.38이 됐다. 규정 이닝을 채운 25명의 투수 가운데 2번째로 나쁜 평균자책점이다. 피OPS는 0.818로 유일하게 0.8을 넘는다.

시즌 초만 하더라도 박세웅은 ‘에이스’였다. 첫 등판 패전 이후 8연승을 질주하며 한때 다승 선두에도 올랐다. 8승째를 거둔 5월 11일 기준으로 9경기 8승 1패 평균자책점 2.25라는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퀄리티스타트(QS)도 6차례 달성했다.
그런데 이후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5월 12일 이후 치른 8경기에서 1승 5패 평균자책점 9.84라는 끔찍한 성적을 남겼다. 같은 기간 5회 이상 선발 등판한 모든 선수 가운데 가장 평균자책점이 높다. QS는 단 1번뿐이다.
6월 11일 한 차례 1군에서 말소돼 재정비 기간을 가졌다. 22일 복귀했으나 달라진 모습은 없었다. 최근 5번의 등판에서 순서대로 5실점-8실점-6실점-3실점-8실점으로 무너졌다.
세부 지표를 보면 아예 다른 사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5월 11일까지는 피안타율 0.212, 피OPS 0.577에 9이닝당 탈삼진도 10.93개에 달해 모든 지표가 훌륭했다. 그런데 5월 12일 이후로는 피안타율 0.372, 피OPS 1.104, 9이닝당 탈삼진 6.41개로 전부 크게 나빠졌다.

부진의 원인을 두고 여러 추측이 오갔다. 많은 투구 수가 먼저 지목됐다. 지난달 11일 1군 말소 시점에서 경기당 101.6구, 누적 1,423구로 올 시즌 KBO리그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공을 던졌다.
그런데 지난 시즌에도 박세웅은 경기당 97.5개의 공을 던져 팀 동료였던 애런 윌커슨 다음으로 경기당 투구 수가 많았다. 2023시즌에도 97.4개로 최상위권이었다. 3년 누적 기록을 봐도 98.3개로 200이닝 이상 소화한 선수 중에 가장 많다. 이에 무리한 여파가 구위 하락으로 돌아온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이대로 시즌을 마치면 박세웅은 2018시즌(14경기 1승 5패 평균자책점 9.92) 이후 가장 나쁜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한다. ‘쉼표’가 필요한데 오는 12일 올스타전에도 출전해야 한다. 명예로운 일이지만, 재정비의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다는 걱정도 팬들 사이에서 나온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