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km 마무리’ 못 나와도 괜찮아, ‘158km 경력자’가 있다! 고공행진 한화의 ‘언성 히어로’ 한승혁을 잊으면 섭섭하…

[SPORTALKOREA] 한휘 기자= ‘언성 히어로(Unsung Hero)’라는 단어가 있다. 눈에 잘 띄지 않아도 묵묵히 제 몫을 하는 ‘칭송받지 않는 영웅’이라는 뜻이다. KBO리그 선두 한화 이글스에도 그런 선수가 있다.
한화 한승혁은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주말 3연전 2번째 경기에 팀의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 세이브를 챙겼다.
한승혁은 팀이 6-4로 앞선 9회 말 경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출격했다. 선두타자 임지열의 타구가 3루수 노시환을 뚫고 나가는 안타가 됐다. 두 타자를 뜬공으로 잡았으나 스톤 개랫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득점권 위기에 몰렸으나 대타 이주형을 유격수 뜬공 처리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한화는 마무리 투수 김서현이 이미 연투를 해 이날 등판하기 어려웠다. ‘대체 마무리’로 한승혁이 낙점된 것이다. 전문 마무리가 아니라 다소 불안한 모습도 있었으나 위력적인 구위로 시즌 2번째 세이브에 성공했다.

올 시즌 한승혁은 한화 불펜의 활력소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다. 43경기 39⅓이닝을 던지며 1승 2패 2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2.29로 호투하고 있다. WHIP(이닝당 출루 허용)가 1.30으로 다소 높음에도 실점을 최대한 억제하는 모습이다.
지금까지의 모습은 ‘커리어 하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여기에 다다르기까지 한승혁은 굴곡진 야구 인생을 살아왔다.

2011년 드래프트를 앞두고 메이저리그(MLB)의 관심을 끈 ‘특급 유망주’였다. ‘악마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계약했을 정도다. 최고 158km/h에 달하는 빠른 공을 갖춰 ‘한슝쾅’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한승혁은 미국 진출 대신 드래프트에 참가해 KIA 타이거즈의 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2012년 입단하며 큰 기대를 모았다. KIA의 향후 10년을 이끌 것으로 전망됐다.
현실은 냉혹했다. 2022시즌까지 선발과 불펜 어디서도 확실한 역할을 찾지 못했다. 228경기 411⅓이닝을 던지며 18승 24패 2세이브 19홀드 평균자책점 5.84에 그쳤다. 결국 2022년 11월 10일 한화로 트레이드됐다.

한화에서도 자리를 못 잡던 한승혁은 지난해 드디어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70경기 62⅔이닝 5승 5패 19홀드 평균자책점 5.03으로 한화의 새 필승조로 도약했다. 기복 있는 투구 탓에 평균자책점이 다소 높았으나 모처럼 유의미한 성과가 나왔다.
좋은 흐름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5일 기준 30이닝 이상 던진 한화 구원 투수 가운데 평균자책점 2점대 이하를 유지하고 있는 선수는 한승혁과 김서현(1.59), 김종수(2.76) 뿐이다. 리그 홀드 순위에서도 공동 9위를 달린다.
젊었을 때처럼 구속이 155km/h를 넘기지는 않는다. 그래도 꾸준히 150km/h에 육박하는 속구를 뿌리는 데다 구위도 훌륭하다. 제구가 전보다 훨씬 안정되며 이제 필승조에 걸맞는 선수가 됐다.

이렇듯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으나 스포트라이트에서는 한 발 비껴서 있다. 최고 161km/h의 강속구를 던지는 영건 김서현이 불펜진에서 가장 큰 주목을 모은다. 올스타 투표에서도 박상원이 한승혁 대신 중간 투수 부문 후보에 합류해 베스트12까지 선정됐다.
그렇다고 한승혁의 가치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눈에는 조금 덜 띄더라도 언제나 제 몫을 해내는, 그야말로 ‘언성 히어로’의 정의에 완벽히 부합하는 선수가 한승혁이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