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돌아갈 수준 아니다!' 불운 시달렸던 '前두산맨' 플렉센, 컵스 0점대 특급 불펜으로 '펄펄'

[SPORTALKOREA] 이정엽 기자= 불운에 시달렸던 크리스 플렉센(시카고 컵스)에게 드디어 봄이 찾아왔다.
시카고 컵스는 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클리블랜드 가디언즈와의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1-0으로 승리했다.
양 팀은 이날 엄청난 투수전을 펼쳤다. 컵스는 7회까지 선발 케이드 호튼이 5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이후 드류 포머란츠, 라이언 브레이저, 라이언 프레슬리가 2이닝을 막았다. 클리블랜드 역시 조이 칸틸로가 3⅓이닝 소화에 그쳤으나 에릭 사브로스키, 케이드 스미스, 헌터 개디스가 8회를 책임졌고, 9회까지 엠마누엘 클라세가 무실점을 기록했다.
0-0 흐름이 이어지며 승부는 연장으로 흘러갔다. 10회 초 컵스는 플렉센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는 선두 타자 앙헬 마르티네즈에게 허를 찌르는 시속 70.8마일(약 113.9km) 커브를 높게 던져 파울 팁 삼진을 만들었다. 다음 타자 오스틴 헤지스는 1루 파울 플라이로 처리했다. 마지막 타자 스티브 콴은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해 이닝을 마쳤다. 컵스는 10회 말 맷 쇼의 희생플라이로 결승점을 얻어 플렉센은 승리 투수가 됐다.

지난 2012 MLB 신인 드래프트에서 14라운드에 뉴욕 메츠에 지명을 받은 플렉센은 마이너리그를 거치며 메츠의 탑급 유망주로 성장했다. 순탄하게 메이저리그까진 올라왔지만 이후 성적이 떨어졌다. 그러자 그는 아시아 무대로 방향을 바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2020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하며 KBO 무대에 발을 들였다.
두산 유니폼을 입은 플렉센은 수준급 활약을 펼쳤다. 정규시즌 21경기에 나서 8승 4패 평균자책점 3.01을 기록했다. 시즌 도중 강습 타구에 맞아 발목 부상을 입는 등 어려움도 겪었으나 라울 알칸타라와 함께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팀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두산은 플렉센의 잔류를 원했으나 그는 메이저리그 도전 의지가 강했다. 마침, 그를 원하는 팀도 나타났다. 시애틀 매리너스와 2년 최대 475만 달러(약 65억 원)+1년 800만 달러(약 109억 원)의 베스팅 옵션으로 계약하며 고향으로 돌아갔다.

지난 2021시즌 플렉센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시애틀에서 첫 시즌 179⅔이닝을 던지며 14승 6패 평균자책점 3.61을 기록했다. 모든 팀에서 최소 2, 3선발을 맡을 수 있는 성적이었다. 이에 FA 대박을 기대했던 상황. 이어 2022시즌 역시 8승 9패 평균자책점 3.73을 올려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다. 2023년에도 비슷한 성적만 거두면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급 계약이 가능했던 상황.
하지만 플렉센은 이후 완전히 무너졌다. 시애틀과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29경기 2승 8패 평균자책점 6.86에 그쳤다. 재기를 노리며 지난해 선발 기회를 받을 수 있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1년 계약을 맺었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3승 15패 평균자책점 4.95에 그쳤다. 팀 동료 에릭 페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달리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플렉센은 올해 컵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다. 이후 트리플A 아이오와 컵스에서 5경기 3승 평균자책점 1.16을 기록한 그는 지난 5월 메이저리그로 승격했다.
이후 플렉센은 컵스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롱릴리프, 추격조, 셋업맨을 마다하지 않고 매경기 무실점 행진을 이어 나갔다. 지난달 23일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경기에서 시즌 첫 실점을 기록했으나 금세 흐름을 되찾았다. 최근 3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플렉센의 이번 시즌 성적은 16경기 29이닝을 소화하며 5승 무패 평균자책점 0.62다. 리그 정상급 불펜 자원이라고 해도 문제없는 수준이다.
특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플렉센은 다음 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얻는다. 지금과 같은 활약이라면 내년 연봉 인상은 당연하다. 불운으로 가득했던 그의 야구 인생도 이제 봄이 찾아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