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러치의 악마’ 택한 대가는 컸다! ‘레거전’ 응수한 캡틴의 한 방…‘잇몸 야구→2위 도약’ 롯데, 그 중심에 전준우가 있다

[SPORTALKOREA] 한휘 기자= 아무리 ‘잇몸 야구’가 잘 통한다 하더라도 중심을 잡아 줄 선수는 필요하다. 롯데 자이언츠의 ‘캡틴’ 전준우같은 선수가 말이다.
전준우는 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이날 이기면 공동 2위까지 올라설 수 있는 롯데였다.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롯데 타선은 LG 선발 투수 손주영을 상대로 한 점도 얻지 못한 채 꽁꽁 묶였다. 전준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뜬공-삼진-땅볼로 세 타석을 허무하게 날렸다.

경기는 8회 초까지 0-0으로 이어졌다. 그러던 8회 말에 결정적인 상황이 왔다. 장두성의 안타에 이어 박승욱의 번트 때 포수 박동원의 실책이 나와 주자가 전부 살았다. 이어 김민성의 정확한 희생번트로 롯데가 1사 2, 3루 기회를 잡았다.
이에 LG 벤치는 빅터 레이예스를 고의4구로 내보내고 전준우와의 승부를 택했다. 마운드에도 마무리 투수 유영찬을 올리며 만루 작전을 성공시키겠다는 결의를 드러냈다.

피가 거꾸로 솟을 법한 상황이었으나 전준우는 냉정했다. 1-1 카운트에서 유영찬의 3구째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리자 놓치지 않고 통타했다. 좌익수 왼쪽 깊숙이 떨어지는 2타점 2루타가 됐다. ‘레거전(레이예스 거르고 전준우)’을 완벽히 응징했다.
전준우는 곧바로 대주자 김동혁과 교체돼 임무를 마쳤다. 롯데는 전준우의 적시타에 힘입어 2-0으로 이겼다. 승률 0.563(45승 3무 35패)이 된 롯데는 LG(45승 2무 35패)와 나란히 공동 2위 자리에 안착했다.

전준우는 롯데에서만 통산 1,807경기를 뛰며 타율 0.299 2,026안타 220홈런 1,022타점 OPS 0.829를 기록 중인 ‘레전드’다. 특히 30대 후반에 접어드는 나이에도 녹슬지 않는 기량을 과시하면서 주장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올 시즌 들어 장타력은 다소 떨어졌다. 4일 현재 82경기에서 타율 0.293 7홈런 52타점 OPS 0.806을 기록 중이다. 장타율(0.443)은 2022시즌(0.44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올 시즌 투고타저 현상이 위세를 떨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준수하다.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상황에서 강하다. 전준우의 올 시즌 득점권 성적은 타율 0.333 2홈런 43타점 OPS 0.912로 훌륭하다. 덕분에 타점도 엄청나게 쌓았다. 지금 페이스를 유지하면 90타점으로 시즌을 마칠 수 있다. 2021시즌(92타점) 이후 가장 좋은 기록이다.

그런데 전준우의 가치는 단순한 ‘득점권 타율’에 다 담기지 않는다. 전준우는 올해 7회 이후 1점 차 이내를 뜻하는 ‘Close & Late’ 상황에서 타율 0.333(27타수 9안타) 2홈런 17타점 OPS 1.130으로 특히 더 강하다.
중요도가 높은 타석임을 뜻하는 ‘하이 레버리지’ 상황에서는 타율 0.396(53타수 21안타) 1홈런 28타점 OPS 1.157이다. 안타 하나에 승패가 오갈 수 있는 경기 후반부 접전 상황에 경이로운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클러치의 악마’ 수준이다.
롯데는 올 시즌 야수진에 부상자가 속출하는 와중에도 대체 자원들의 선전 덕에 순위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잇몸 야구’에도 한계는 있는 법이다. 결국 중심을 잡아 줄 주전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전준우는 그 역할을 완벽히 해내고 있다. 주장의 품격이 바로 이런 것이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