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찬호 형 아니야?’ 류현진 앞에서 ‘박찬호 닮은 꼴’이 10K 쾌투…‘최고 156km/h’ 한화 압도한 화이트, 이대로…

[SPORTALKOREA] 한휘 기자= 마치 ‘코리안 특급’ 박찬호를 보는 듯한 투구가 나왔다. 다름아닌 ‘박찬호 닮은 꼴’에게서, 그것도 류현진의 앞에서 말이다.
SSG 랜더스 미치 화이트는 2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2-0 승리를 견인했다.
임무가 막중했다. SSG는 전날 드류 앤더슨이 코디 폰세와의 ‘에이스 맞대결’에서 판정패하며 2-5로 졌다. 무려 3개월 만에 앤더슨이 1경기 4실점을 기록했다. 선두를 지켜야 하는 한화 타선의 동기부여가 컸다. 화이트가 이를 막아 세워야 했다.

화이트는 흔들리지 않았다. 1회에 안타 하나를 맞았으나 삼진 2개를 묶어 실점을 억제했다. 2회와 3회에는 연달아 두 타자씩 삼진을 잡아내며 삼자범퇴 행진을 이어 갔다. 완벽했다.
4회 선두타자 루이스 리베라토에게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문현빈을 삼진으로 잡은 후 노시환을 4-6-3 병살타로 유도해 이닝을 정리했다. 5회에는 볼넷 2개로 1사 1, 2루 위기를 자초했으나 이어진 두 타자를 전부 범타로 잡고 실점을 막았다.
화이트는 6회에도 삼진 2개를 잡았다. 이후 문현빈에게 내야안타를 맞았으나 2루 도루 저지에 성공하며 이닝을 끝냈다. 7회부터 등판한 불펜진이 리드를 지키며 화이트는 시즌 6승(3패)째를 거뒀다.


화이트는 한국계 미국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혼혈 선수다. 그런데 외모가 박찬호와 흡사해 메이저리그(MLB) 시절부터 한국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심지어 빅리그 데뷔도 박찬호의 소속팀인 LA 다저스에서 했다.
여러 팀을 오가던 화이트는 올 시즌을 앞두고 SSG와 계약하며 한국 무대에 입성했다. MLB에서도 최고 158km/h의 패스트볼을 던졌던 선수라 기대를 모았다. 부상으로 시즌 시작이 늦었으나 복귀 후 13경기 74⅔이닝 6승 3패 평균자책점 2.65 탈삼진 79개로 호투 중이다.

이번 등판이 화제가 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화이트와 맞대결을 펼친 선수가 부상에서 복귀한 류현진이었다.
류현진은 박찬호와 끈끈한 친분을 이어 오고 있다. 2012년 한화에서 한솥밥을 먹은 것이 시작이다. 이후 MLB에 도전한 류현진을 돕고자 박찬호가 여러 차례 LA를 다시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해 열린 서울 시리즈에서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런 박찬호와 닮은 선수가 류현진이 보는 앞에서 호투를 펼쳤다. 때마침 전성기 박찬호처럼 강속구를 펑펑 뿌려댔다. 류현진이 ‘찬호 형 아니야?’라고 생각해도 될만한 경기력이었다.


사실 화이트는 류현진과도 인연이 있다. 2022년 류현진이 있던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트레이드됐다. 다만 화이트가 합류했을 때 류현진은 부상에서 회복 중이었다. 류현진이 로스터에 돌아온 시점에서 화이트는 이미 MLB 로스터에서 밀려난 상태라 함께 뛰진 못했다.
토론토 시절 화이트는 빅리그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기에도 급급한 선수였다. 반면 류현진은 장기 계약을 맺은 고액 연봉자였다. 둘의 입지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다시 만나서 그런 류현진 앞에서 엄청난 호투를 펼쳤으니 화이트 본인에겐 뜻깊을 만한 순간이다.
화이트는 한국계 어머니를 둔 덕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에도 소집될 수 있다. 지난 2023년 대회 당시에는 팀 내 입지가 좋지 않아 출전을 고사했다. 하지만 KBO리그에 적을 둔 이번 대회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한국 대표팀에서 ‘코리안 특급’의 의지를 이을 기회다.

사진=SSG 랜더스, 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