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역전패’에도 타오르는 ‘불꽃’은 희망을 봤다…‘홈런+4연타석 안타’ 박찬형의 맹활약, 롯데 내야진에 지각변동 일으킬까

[SPORTALKOREA] 한휘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충격적인 역전패를 헌납하는 와중에도 ‘불꽃’만큼은 찬란히 타올랐다.
롯데 박찬형은 2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 경기에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1볼넷 2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박찬형은 이날 2회 말 전민재의 타석에 대타로 들어섰다. 전민재가 앞선 2회 초 수비 상황에서 실책을 범함과 동시에 손바닥 타박상을 입어 대신 투입된 것이다.

그런데 대타로 나서자마자 사고를 쳤다. KT 선발 투수 고영표의 초구 134km/h 패스트볼이 다소 높은 코스로 들어오자 잡아당겼다. 우측으로 쭉 뻗은 타구는 그대로 담장을 넘어 관중석에 꽂혔다. 프로 데뷔 첫 홈런. 2회 초 동점을 내준 롯데는 곧바로 3-2로 앞서나가며 분위기를 휘어잡을 수 있었다.
박찬형은 3회 말 1사 1, 2루 기회에서 다시 타석에 섰다. 고영표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1·2루 간을 뚫어내는 1타점 적시타를 기록했다. 5-5 동점을 만드는 결정적인 안타였다. 이후 고승민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득점도 추가했다.
박찬형이 이날 교체 투입 후 연속 안타를 작렬하며 데뷔 후 4연타석 안타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KBO리그 역대 최다 기록으로, 1993년 OB 베어스(현 두산) 김종성과 1997년 쌍방울 레이더스 한익희만이 달성해 본 이력이 있다.

박찬형은 6회에 볼넷을 하나 더하며 데뷔 첫 3출루 경기를 펼쳤다. 팀은 난타전 끝에 8-11로 역전패하며 짙은 아쉬움을 남겼으나 박찬형의 활약만큼은 희망적이었다.
박찬형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한 야구의 ‘미생’이다. 배재고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못 받자 바로 군대를 다녀온 후 독립리그 무대에 투신했다. 연천 미라클과 화성 코리요에서 뛰었다.
독립리그에서는 높은 타율을 자랑했다. 좋은 성적 속에 야구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도 쌓았다. 결국 지난 5월 15일 육성선수로 롯데에 입단하며 화성 코리요의 첫 프로 진출 선수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뒤늦게 입단한 프로 무대임에도 박찬형은 빠르게 적응했다. 퓨처스리그 첫 5경기에서 타율 0.083(12타수 1안타)에 그쳤으나 6월 들어 타율 0.314(35타수 11안타) 1홈런 6타점으로 분위기를 탔다.
그러다 기회가 왔다. 손호영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박찬형이 부름을 받았다. 입단한 지 한 달여 만인 지난 18일 곧바로 1군에 합류했다. 대주자로 주로 나서면서도 간간이 들어서는 타석에서 재능을 보였다. 그러더니 사실상 선발 출전이나 다름없었던 이번 KT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눈도장을 찍었다.


박찬형의 활약은 롯데 내야진 구성에도 적잖은 변수가 된다. 당장 5월까지 맹타를 휘두르던 주전 유격수 전민재가 이달 들어 부진하다. 월간 타율 0.181(72타수 13안타) 1홈런 4타점 OPS 0.439에 그친다. 수비에서도 불안감이 느껴지는 상황이라 롯데도 고민이 깊다.
박찬형이 빠르게 1군에 정착한다면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인다. 전민재의 출전 시간을 분담하면서 체력 안배를 시켜주는 것도 편해진다. 박찬형 본인도 1군 경험을 빠르게 쌓을 수 있다.
물론 1군에서 바로 쓰기에는 수비력이 아직 원석에 가깝다. 이번 경기에서도 실책을 한 차례 기록했다. 타격도 꾸준히 출전하다 보면 상대 투수들에게 장단점이 드러나며 부진한 시기도 올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왜 본인이 1군에 빠르게 합류했는지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박찬형은 롯데에 입단하면서 “작년 4월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지와 프로 진출을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라며 눈물을 훔쳤다. 그 눈물이 헛되지 않은 ‘불꽃’같은 투지가 롯데 내야진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 넣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화성 코리요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