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실패작인줄 알았는데...' 벌써 시즌 20호 홀드 조상우, 커리어 하이 넘어 역대 단일시즌 최다 넘본다

[SPORTALKOREA] 이정엽 기자= ‘트레이드 실패작’이 될 줄 알았던 조상우가 펄펄 날고 있다. 커리어 하이를 넘어 역대 최다 기록에 도전한다.
조상우는 지난 25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정규시즌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3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선발 투수 애덤 올러가 6이닝 2실점, 전상현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뒤 마운드를 내려간 가운데 5-2로 앞선 상황에서 조상우는 8회 말 송성문을 첫 타자로 상대했다. 출발은 좋지 못했다. 상대 타자에게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내줬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 더 빛나는 그였다. 다음 타자 임지열에게 바깥쪽 아래로 깔리는 143km/h 투심을 던져 4-6-3 병살타를 유도했다. 순식간에 투아웃.
조상우는 이어 키움의 4번 타자 최주환을 상대로 5구 승부 끝에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실점 없이 마무리 정해영에게 배턴을 넘겨주며 시즌 20호 홀드를 챙겼다.

조상우에게 시즌 20호 홀드는 특별하다. 우선 홀드부문 리그 단독 선두에 올랐다. 이날 전까진 김진성(LG 트윈스)과 함께 리그 공동 1위였지만, 먼저 아홉수에서 탈출했다.
20홀드는 커리어 하이 기록이기도 하다. 조상우는 지난 2015시즌 키움 소속으로 70경기에 나서 8승 5패 5세이브 19홀드를 기록했다. 그 뒤론 중간계투가 아닌 마무리 투수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 홀드를 쌓을 기회가 없었다.
지난해 12월 조상우는 불펜 보강을 원하는 KIA 타이거즈로 전격 트레이드됐다. 당시 KIA는 2026 신인 드래프트 1·4라운드 지명권에 현금 10억 원을 주고 그를 데려왔다. FA로 떠난 장현식(LG)의 공백을 메우기 위함이었다.
다만 KIA 이적은 조상우에겐 다소 애매한 상황을 불러일으켰다. 키움과 달리 생애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 그러나 ‘마무리’가 아닌 셋업맨으로 뛰어야 했다. KIA에는 이미 붙박이 마무리로 정해영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그 정상급 마무리 자원으로 불리며 통산 88세이브를 달성한 조상우로선 마무리가 아닌 불펜으로 뛰는 건 다소 자존심을 버려야 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또 예비 FA 자원이기에 가치가 다소 떨어질수도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조상우는 불안감을 노출했다. 특히 5월 15경기 3패에 평균자책점 7.82로 크게 흔들렸다. KIA 팬들 사이에서는 '손해 본 트레이드'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6월 들어 조상우는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까지 9경기에 등판해 7홀드 평균자책점 1.00을 기록하고 있다. 그간 그를 괴롭혔던 피홈런도 줄어들었다. 6월에는 단 1개의 홈런도 맞지 않았다.
조상우의 활약이 이어지자 KIA는 안도의 한숨을 넘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이번 시즌 초반 ‘필승조’ 곽도규가 부상으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고 최지민마저 부진하며 ‘필승조’가 위태로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깜짝 스타’ 성영탁이 등장한 데 이어 전상현, 조상우까지 살아나며 새로운 필승조가 완성됐다.
20홀드 고지에 오른 조상우는 내친 김에 단일 시즌 최다 홀드에도 도전한다. KBO리그 역대 단일시즌 최다 홀드 기록은 지난 2019년 키움에서 김상수(현 롯데 자이언츠)가 기록한 40개다.
현재 KIA는 75경기를 치러 시즌의 52.1%를 지나는 시점. 조상우는 산술적으로 약 38홀드가 가능한 페이스다.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최근 팀과 본인의 상승세를 고려하면 충분히 역대 1위 기록에 도전해 볼만하다.
사진=KIA 타이거즈, 뉴스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