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억의 가치' 올라올 선수는 올라온다! '국민타자 후계자' 구자욱, 4월 '1할대 부진' 딛고 화려한 부활

[SPORTALKOREA] 이정엽 기자= 잠잠했던 구자욱(삼성 라이온즈)이 슬금슬금 올라온다. 어느덧 시즌 타율은 2할8푼이다.
구자욱은 지난 2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3번 타자-좌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1회 말부터 구자욱의 방망이는 불을 뿜었다. 1사 1루 상황에서 상대 선발 라이언 와이스의 4구째 바깥쪽 134km/h 슬라이더를 받아쳐 중전 안타를 기록했다. 이 때 한화 중견수 루이스 리베라토가 포구 실책을 범한 사이 2루까지 뛰는 뛰어난 주루 센스도 보였다. 구자욱을 견제하는 사이 1루 주자였던 김지찬 역시 3루를 돌아 홈을 밟아 첫 타점을 올렸다. 그는 이어 다음 타자 르윈 디아즈의 안타 때 홈을 밟아 득점도 추가했다.
2회에는 타점을 올렸다. 1사 3루에서 와이즈의 154km/h 패스트볼을 공략해 중견수 가장 깊은 방향으로 타구를 날렸다. 리그에서 가장 빠른 주자인 김지찬이 홈을 밟기엔 충분한 위치였다. 4회에는 볼넷을 골라낸 뒤 디아즈, 박병호의 연속 안타 때 홈을 밟아 1점을 더 올렸다. 그의 활약 속에 삼성은 스코어를 6-0까지 벌렸다.
5회에는 다소 보기 드문 장면도 나왔다. 2사 1,3루에서 구자욱은 바뀐 투수 김기중의 144km/h 패스트볼을 받아쳤다. 그의 타구는 내야에 바운드를 찍고 1루수 키를 훌쩍 넘겼다. 그만큼 강한 힘이 실린 타구였던 것. 다소 무리하게 2루까지 내달리며 아웃당한 것이 유일한 흠이었다. 그는 8회 박승규와 교체되며 이날 경기를 마쳤다.
구자욱의 최종 성적은 2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 1볼넷. 가히 만점 활약이었다.

‘부동의 3번 타자’이자 삼성의 에이스 구자욱은 팀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다. 지난 2015년 데뷔해 ‘삼성 왕조’의 마지막을 함께했으며 동시에 암흑기도 꿋꿋이 버텨낸 선수다. 삼성 역시 구자욱의 공로를 인정해주기 위해 2022년 역대 비FA 타자 최초로 100억 이상을 제안하며 무려 5년 총액 120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구자욱은 지난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타율 0.343에 33홈런 115타점 13도루 OPS 1.044를 기록했다. 타율·타점 4위, 홈런 5위, OPS 2위 등 타격 지표 전부문에서 리그 최상단에 위치했다. ‘역대급 선수’로 불린 김도영(KIA 타이거즈)만 아니었다면 2024시즌 정규시즌 MVP는 그의 몫이 됐을지도 모른다.

정규리그 기세를 포스트시즌에서도 이어가려 했으나 구자욱은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도루 도중 무릎이 꺾이는 부상을 당했다. 그는 빠른 회복을 위해 일본으로 치료를 다녀오는 등 부단히 애를 썼지만 여의치 않았다. 삼성 역시 구자욱의 공백을 뼈저리게 느끼며 한국시리즈에서 KIA에 1승 4패로 패했다.
올시즌 구자욱은 시즌 초반 부진했다. 무릎 부상의 여파가 이어졌는지, 타격감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4월에는 한때 타율이 0.173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박진만 감독은 시즌 중반 그를 하위 타선으로 내릴 정도였다. 그러나 올라올 선수는 어떻게든 올라온다는 말이 있듯이 그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6월 타율은 0.371 OPS는 0.987을 찍으며 지난해의 모습을 되찾았다.

구자욱의 부활은 삼성에게 가장 반가운 소식이다. 그가 주춤할 당시 테이블 세터와 디아즈를 연결할 고리가 부족했다. 하지만 그가 부활하면서 문제점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이날처럼 말이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