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타자 최고 몸값' 이정후 아성 무너뜨릴까? 日 야쿠르트, '단 1경기 출전'에도 '56홈런 괴물' 무라카미 ML 진출 적…

[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56홈런 괴물 타자'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즈)이 다가올 겨울 이적 시장에서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넘고 '아시아 출신 타자 역대 최고 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 관건은 그의 몸 상태다. 일단 야쿠르트 구단은 무라카미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적극 지원한다.
'풀카운트', '스포니치 아넥스'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25일 열린 야쿠르트 본사 주주총회에서 하야시다 테츠야 구단 대표는 "올 시즌이 끝난 뒤 (무라카미가) 지난해 오프시즌과 마찬가지로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싶다고 한다면 NPB를 통해 이적 신청을 승인할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밝혔다.
무라카미는 NPB를 대표하는 최고의 좌타 거포다. 2017 드래프트 1순위로 야쿠르트에 입단해 2018년 1군 무대를 밟은 그는 풀타임 첫해인 2019년 36홈런 96타점으로 센트럴리그 홈런과 타점 부문 3위에 오르며 신인왕으로 등극했다.
무라카미는 2020년 데뷔 첫 3할 타율(0.307)과 28홈런 86타점, 2021년에는 39홈런과 데뷔 첫 100타점(112타점)을 달성하는 등 매년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2022년은 무라카미의 해였다. 그는 141경기 타율 0.318 56홈런 134타점의 놀라운 기록으로 타격 3관왕을 휩쓸며 센트럴리그 MVP를 차지했다. 56홈런은 종전 오 사다하루(1964년 55홈런)를 뛰어넘은 일본인 선수 단일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이다. 그해 '세계 최초 5연타석 홈런'이라는 진기록도 세운 무라카미는 만 22세의 나이에 메이저리그 구단이 주목하는 국제 유망주로 등극했다.
일본 야구 역사에 남을 최고의 시즌을 보낸 무라카미는 2023년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일본 대표팀 4번 타자 중책을 맡아 우승에 이바지했다. 8강까지 2할대 타율(17타수 4안타, 0.235)로 부진했던 그는 멕시코와 준결승전서 9회 끝내기 적시타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결승전에서는 미국 대표팀 선발투수로 나선 'KBO리그 출신 역수출 신화' 메릴 켈리를 상대로 동점 홈런을 터뜨리며 일본의 WBC 전승 우승에 큰 공을 세웠다.

승승장구하던 무라카미는 2023년부터 내리막을 걸었다. 140경기 31홈런 84타점으로 거포 능력은 여전했으나 타율 0.256로 크게 떨어졌다. 2024년 역시 33홈런 86타점으로 센트럴리그 홈런왕과 타점왕을 휩쓸었지만, 타율(0.244)이 2할5푼 아래로 내려갔다. OPS도 최근 5시즌 중 가장 낮은 수치(0.851)를 기록했다.
2년 연속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무라카미의 미국 진출 의지에는 변함이 없었다. 지난해 12월 야쿠르트 구단과 계약 갱신을 마친 뒤 "2025년이 일본에서 마지막 시즌이 될 것"이라며 MLB 도전 의사를 밝혔다. 이에 앞서 무라카미는 과거 데릭 지터, 다나카 마사히로, 아키야마 쇼고 등을 담당했던 '엑셀 스포츠 매니지먼트'의 케이스 클로스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이미 MLB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다가올 겨울 무라카미가 포스팅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연이은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무라카미는 지난해 시즌 막판 오른쪽 엄지발가락 골절 부상으로 프리미어12 대표팀 합류가 불발됐다. 이어 12월에는 오른쪽 팔꿈치 관절경 수술을 받았다. 올 시즌은 상체 컨디션 불량으로 개막 엔트리 합류가 불발됐다.
지난 4월 17일 한신 타이거스전에서 올 시즌 첫 1군 경기 출장에 나선 무라카미는 9회 다섯 번째 타석에서 크게 헛스윙한 뒤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스스로 교체를 요청했다. 결국 부상이 재발한 그는 1군 등록 하루 만인 18일 다시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이후 두 달이 넘게 재활에 매진 중이다.

올 시즌 복귀 시점도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야쿠르트 구단은 무라카미가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설 경우 허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야시다 사장은 "시즌이 대략 10월 첫째 주에 종료된다. 그 시점에 무라카미가 지난해처럼 '해외에 진출하고 싶다'라고 말한다면 우리(구단)는 포스팅을 신청해 줄 생각"이라며 "문제는 그다음이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그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무라카미도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때 구단은 그의 의논 상대이자 조력자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무라카미에 대한 미국 현지의 기대치는 매우 높다. 메이저리그 주요 이적 소식을 전하는 'MLB트레이드루머스(MLBTR)'가 지난 4월 15일 공개한 '2025-26 MLB 자유계약선수(FA) 파워랭킹 톱10'에서 무라카미는 4위에 올랐다.
'MLBTR'은 "모든 게 맞아떨어진다면 무라카미는 일본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선수 중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을 따낼 수 있다. 이미 MVP 두 차례를 수상한 그는 나이(2000년생)와 성적만 고려해도 1억 달러(약 1,361억 원) 이상 계약이 가능하다"며 "2025년 큰 활약을 펼친다면 야마모토처럼 2억 달러(2,722억 원) 이상, 심지어 3억 달러(4,083억 원) 이상의 계약도 가능하다"고 밝은 전망을 내놨다. 매체의 예상이 현실로 이뤄진다면 무라카미는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38억 원)을 넘어 아시아 출신 야수 역대 최고 계약 기록을 세울 수 있다.

한편, 하야시다 사장은 야쿠르트 NPB 전체 최하위에 머물고 있음에도 무라카미의 미국 진출에 대한 구단의 입장이 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팀에) 잔류하든 아니든 우리는 무라카미가 크게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단기간에 이만큼 야쿠르트 팀을 든든하게 받쳐주고 공헌한 선수는 많지 않기 때문에 그의 뜻을 존중해주고 싶다"라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뉴스1, 야쿠르트 스왈로즈 공식 SNS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