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 잘하면 강등? No! 공수겸장 ‘쿠바 특급’이 다저스 활력소…팀 내 타점 1위 파헤스, 어떻게 잠재력 터뜨렸나

[SPORTALKOREA] 한휘 기자= 이제 앤디 파헤스(LA 다저스)에게 마이너리그 강등 후보라는 표현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파헤스는 2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 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 경기에 7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경기 초반 안타가 없던 파헤스의 타격감은 5회부터 올라왔다. 2사 1루 상황에서 라이언 롤리슨의 바깥쪽 커브를 건드린 게 행운의 우전 안타가 됐다. 7회 초에는 중견수 쪽에 떨어지는 깨끗한 2루타까지 쳐냈다. 타구 속도는 시속 105.7마일(약 170.1km)이 기록됐다.
이날 멀티 히트로 파헤스의 시즌 타율과 OPS는 각각 0.294 0.845까지 올랐다. 이달 들어 뜨거운 방망이가 오늘도 식지 않고 제 몫을 다 했다.

쿠바 출신의 파헤스는 마이너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다저스의 차세대 주전 외야수로 기대를 모은 24세의 젊은 선수다. 지난해 빅리그에 데뷔해 116경기에 출전했다. 성적은 타율 0.248 13홈런 46타점 OPS 0.712로 첫 시즌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일발 장타가 인상적이었으나 삼진이 108개로 많은 점이 걱정거리였다.
파헤스는 올 시즌 초반 심한 기복에 시달렸다. 개막 이후 한 달 가까이 1할대에 머무르며 타선의 ‘혈막’ 소리를 들었다. 4월 말에 급격히 타격감을 끌어 올려 3할에 근접한 타율을 기록했으나 5월 초에 다시 갑작스레 침체를 겪었다.
이런 가운데 김혜성이 5월 4일 MLB에 콜업되면서 파헤스는 일각에서 잠재적인 마이너 강등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사실 성적만 보면 바로 밀려날 성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저스의 야수진 상황이 문제였다.

파헤스는 이제 데뷔 2년 차를 맞이한 어린 선수라 구단이 선수를 자유롭게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낼 수 있는 ‘마이너 리그 옵션’이 존재한다. 그런데 마이클 콘포토나 크리스 테일러같은 베테랑들은 연차가 쌓여서 옵션이 없다. 이들을 마이너리그로 보내려면 웨이버 공시를 하거나 아예 양도지명(DFA)을 통해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해야 한다.
김혜성은 토미 에드먼의 부상 공백을 틈타 빅리그를 밟았다. 에드먼이 돌아오면 다시 로스터가 넘치게 된다. 김혜성이 부진하면 그대로 마이너로 돌아가겠지만, 김혜성이 잘하면 쉽게 내려보내기 어렵다. 이에 옵션이 있는 파헤스가 자칫하면 밀려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파헤스는 실력으로 증명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이 공언한 최소 150타석의 기회에서 자신의 가치를 드러냈다. 5월 중순까지 홈런 3개를 더하고 OPS도 0.847로 끌어 올렸다. 파헤스와 김혜성이 모두 좋은 모습을 보이니 다저스도 생각을 바꿨다. 테일러를 DFA 처리하며 두 선수 모두 빅리그에 남았다.

파헤스는 다저스의 결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성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타율 0.294 16홈런 53타점 OPS 0.845로 팀 내 타점 1위, 홈런과 안타(84개) 2위를 질주 중이다. 1년 만에 ‘쿠바 특급’으로 성장했다. 심지어 수비도 골드 글러브를 노려볼 만한 수준이다.
변화구 대처 능력이 좋아진 것이 크다. 특히 슬라이더가 눈에 띈다. 파헤스는 지난해 슬라이더 상대 헛스윙률 36.6%로 거의 대응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18.9%로 크게 떨어졌다. 그만큼 컨택이 좋아지며 성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파헤스의 맹활약으로 다저스는 야수진 구성도 더 유연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외야 한 자리를 어디든지 든든히 맡아주니 김혜성을 비롯한 다른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다. 그야말로 팀의 활력소가 따로 없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