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 빅리그 밟을 수 있을까? ‘MLB 1위’ 디트로이트에서의 전망은…무게감 부족한 허리, ‘벌떼 불펜’ 한 자리 꿰차야

[SPORTALKOREA] 한휘 기자= 현재 메이저리그(MLB) 전체 승률 1위를 달리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 합류한 고우석이 ‘빅리거’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고우석은 지난 24일 밤(이하 한국시각) 공식적으로 디트로이트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구체적인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고우석은 조만간 산하 트리플A 팀 톨리도 머드헨스에 합류해 경기를 소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미국 무대 도전에 나섰으나 처참한 실패를 맛봤던 고우석은 올 시즌 절치부심했다. 손가락 부상으로 시즌을 늦게 시작했으나 ‘신무기’ 스플리터를 앞세워 생각보다 좋은 모습을 보였다.

고우석은 마이애미 말린스 산하 트리플A 잭슨빌 점보슈림프 소속으로 5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1.59(5⅔이닝 1실점)로 선전했다. 16일 경기에서는 불펜 데이의 첫 투수로 나서서 2이닝을 실점 없이 정리하며 멀티 이닝 소화 능력도 선보였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칼바람이었다. 18일 마이애미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자유의 몸’이 되자 친정팀 LG 트윈스로의 복귀설도 흘러나왔다.

고우석 본인은 미국 도전 의지가 강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차명석 LG 단장은 24일 고우석의 계약 소식이 알려지기 전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 구단에서는 고우석이 미국 도전을 이어갈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전한 바 있다.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디트로이트와 계약을 맺으며 고우석은 MLB의 꿈을 향해 다시금 박차를 가하게 됐다.

그렇다면 고우석의 빅리그 로스터 진입 가능성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보다 낮지는 않다. 트리플A에서 잘 던진다면 콜업을 노려볼 수 있다.
디트로이트는 24일 기준 49승 30패(승률 0.620)로 MLB 전체에서 가장 승률이 높다. 그런데 불펜진은 309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81로 아메리칸리그(AL) 10위에 그친다. 팀 세이브는 23개로 AL 2위에 달하지만, 팀 홀드는 40개로 11위에 그친다. 탄탄한 뒷문에 비해 허리는 다소 불안하다.
선수들의 성적에서 이를 체감할 수 있다. 디트로이트의 마무리와 셋업맨을 맡는 윌 베스트-토미 케인리 듀오는 리그 최고 수준의 활약을 펼친다. 베스트는 33경기 5승 1패 12세이브 평균자책점 2.50, 케인리는 32경기 8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1.35로 안정적이다.

그런데 이들 앞에 오는 우완 계투진을 보면 생각보다 탄탄하지 않다. 브레넌 해니피가 팀에서 2번째로 많은 8개의 홀드를 올렸으나 평균자책점 3.69에 피안타율 0.281로 안정감은 다소 떨어진다. 보 브리스키와 존 브레비아는 6~7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부진하며 각각 마이너 강등과 방출의 칼날을 맞았다.
그나마 신인 투수 체이스 리가 추격조로 잘 던져주는 정도다. 다른 투수들은 고우석보다 조금 낫다 뿐이지 올 시즌 얼마 출전하지 못해 입지가 단단하지 않다. 딜런 스미스, 카를로스 에르난데스 등이 대표적인 ‘로스터 말석’ 선수다.
선발진 상황도 좋지 않다. 타릭 스쿠발-케이시 마이즈-잭 플래허티까지 3명의 선발진은 정상적으로 가동되나 4~5선발은 오프너 전략으로 대체하고 있다.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을 접은 잭슨 조브, 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한 리즈 올슨의 공백이 크다.

자연스레 불펜진의 역할이 커진다. 현재 디트로이트는 선발 투수와 ‘벌크 가이’(오프너 뒤에 등판하는 롱 릴리버)를 합쳐 4명 만이 로스터를 지키고 있다. 27일 등판이 예고된 디트릭 엔스가 합류해야 5명이 된다. 이러나저러나 불펜의 부담이 적지 않다.
변수는 부상 선수들의 복귀다. 올슨은 7월 초 곧바로 로스터에 합류한다. 부상 이탈 선수 가운데에도 알렉스 랭이나 호세 우르퀴디 등 당장 불펜진에 가세할 수 있는 자원이 시즌 내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고우석과 비슷하게 40인 로스터 밖에 있는 선수들이 먼저 치고 나가는 것도 콜업에는 부정적인 변수가 된다.
여러모로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일단 올해 트리플A에서 보여 주던 좋은 모습을 새 팀에서도 유지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부상자들이 돌아오기 전에 결과도 내야 한다. 부담이 적지는 않으나 잘 던지기만 한다면 꿈에 그리던 빅리그 무대를 밟을 희망은 충분히 있다. 본인에게 달렸다.

사진=뉴시스,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