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피' 왼팔에 새긴 한국계 ' WS 우승' 투수, 두 달 만에 다시 빅리그 마운드 밟았는데...2이닝 3사사구 '진땀투'

[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 발탁 후보로 꼽히는 한국계 투수 데인 더닝(텍사스 레인저스)이 두 달 만에 다시 빅리그 마운드에 올랐다.
더닝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둔 지난 3월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웨이버 공시되는 아픔을 겪었다. 마이너리그로 계약이 이관된 그는 4월 29일 다시 빅리그의 부름을 받는 데 성공했다. 콜업 다음날인 30일 애슬레틱스전에 등판해 3이닝 2실점으로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한 더닝은 5월 1일 다시 DFA(양도지명) 조처되는 쓴맛을 봤다.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더닝은 트리플A서 12경기(선발 11경기) 2승 1패 평균자책점 4.47의 성적을 기록하던 중 올 시즌 두 번째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진입했다. 24일 콜업되자마자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 나선 그는 썩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텍사스가 0-5로 뒤진 7회 말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나선 더닝은 선두타자 잭슨 할러데이를 루킹 삼진 처리하며 산뜻한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다음 타자 라몬 로리아노에게 2루타를 맞아 곧바로 득점권 위기에 몰렸다.

거너 헨더슨을 고의사구로 거른 더닝은 게리 산체스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줘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라몬 우리아스에게 희생플라이로 1점을 내준 더닝은 콜튼 카우저를 중견수 뜬공으로 막고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정리했다.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더닝은 코비 마요를 3구 만에 유격수 뜬공으로 손쉽게 처리했다. 세드릭 멀린스와 7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준 더닝은 채드윅 트롬프를 1루수 뜬공으로 막고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2사 1루서 할러데이에게 안타를 맞아 1, 3루 실점 위기를 맞은 그는 로리아노를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투구를 마쳤다.

더닝은 한국인 어머니 미수 더닝(한국명 정미수)과 미국인 아버지 존 더닝 사이에 태어난 '한국계 2세' 빅리거로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투수다. 그는 왼팔에 한글로 '같은 피'라는 문신까지 새길 정도로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2016년 MLB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9순위로 워싱턴 내셔널스의 지명을 받은 더닝은 같은 해 12월 워싱턴이 애덤 이튼을 영입하기 위해 단행한 3대1 트레이드(더닝, 루카스 지올리토, 레이날도 로페즈)로 시카고 화이트삭스 유니폼을 입은 그는 2020년 메이저리그 데뷔의 꿈을 이뤘고, 7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3.97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2020년 12월 다시 한번 트레이드를 통해 텍사스로 이적한 더닝은 2021년 27경기(선발 25경기) 5승 10패 평균자책점 4.51, 2022년은 29경기 모두 선발로 등판해 4승 8패 평균자책점 4.46을 기록하며 차곡차곡 경험치를 쌓았다.
그는 2023년 35경기(선발 26경기) 12승 7패 평균자책점 3.70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며 마침내 잠재력을 터뜨렸다. 데뷔 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무대까지 밟은 더닝은 3경기(2⅓이닝)에 등판해 무실점으로 텍사스 마운드에 힘을 보태며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그해 득남까지 한 더닝은 그야말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인내에 비해 기쁨의 순간은 짧았다. 더닝은 지난해 어깨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IL)을 오가며 26경기(선발 15경기) 5승 7패 평균자책점 5.31로 주춤했다. 부진한 성적으로 연봉도 332만 5,000달러에서 266만 달러로 20%나 삭감되는 쓴맛을 봐야 했다.
절치부심하며 2025시즌을 준비했지만, 출발이 좋지 않았다. 약 한 달 새 두 차례나 빅리그 로스터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맛봤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트리플A서 묵묵히 자신의 투구를 펼쳤다. 인고의 시간을 견딘 결과 더닝은 두 달 만에 다시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는 데 성공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텍사스 레인저스 SNS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