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의 ‘특급 신인’, 7년 만에 본궤도 찾나…‘ERA 2.32’ 호투→1,139일 만의 승리! 동기 곽빈 따라 박신지도…

[SPORTALKOREA] 한휘 기자= 7년 전 ‘특급 신인’으로 기대를 모은 두산 베어스의 우완 영건이 드디어 꽃을 피울 수 있을까.
두산 박신지는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홈 경기에 팀의 2번째 투수로 출전했다. 등판 기록은 3이닝 1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
박신지의 등판은 매우 갑작스러웠다. 3회 초 선두타자 정준재를 상대하던 선발 투수 최원준이 가운뎃손가락 물집으로 교체됐다. 몸도 얼마 풀지 못한 채 박신지가 허겁지겁 마운드에 올랐다.

등판 직후 볼 3개를 연달아 던지며 정준재를 내보냈다. 조형우를 상대로도 초구 볼을 던지며 불안감을 노출했다. 하지만 조형우의 뜬공 때 2루수 오명진이 지능적인 낙구로 1루 주자 정준재를 잡는 센스 플레이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바꾸기 시작했다.
안정을 찾은 박신지는 최지훈을 좌익수 뜬공,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2루수 땅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오명진의 집중력 있는 수비가 다시 박신지를 도왔다. 4회에는 삼진 2개를 잡아내며 본궤도를 찾았다.
5회에는 운도 따랐다. 2사 1루 상황에서 조형우에게 좌전 2루타를 맞았다. 그런데 1루 주자 박성한이 홈으로 달리려다 이를 제지하려던 조동화 3루 주루코치와 부딪히는 사고가 났다. 운 좋게 아웃 카운트가 올라가며 이닝이 끝났다.
박신지는 6회부터 최지강에게 마운드를 넘기며 임무를 마쳤다. 6회 초를 끝으로 강우 콜드 게임이 선언되며 두산이 5-0으로 이겼다. 박신지는 시즌 첫 승리를 따냈다. 2022년 5월 12일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1,139일 만의 승리였다.

박신지는 2018년 입단 당시부터 두산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유망주다. 2차 1라운드 전체 10순위라는 높은 순번에 지명됐다. 첫해부터 17경기 21이닝 1승 2패 평균자책점 3.00이라는 좋은 성적을 남겼다. 동기 곽빈이 부상에 시달리는 사이 빠르게 1군에 자리매김했다.
이듬해부터 고전이 이어졌다. 투구 밸런스를 쉽사리 잡지 못했다. 2020시즌부터 상무에서 군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왔다. 2022시즌 다시 기회를 받았으나 29경기(9선발) 1승 6패 평균자책점 6.71이라는 실망스러운 성적만 남겼다.
이후로도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구속 하락 속에 기회도 점차 줄었다. 지난해 1군에서 단 8⅔이닝만 던졌다. 이에 올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개조’에 돌입했다.

성과가 있었다. 지난해 박신지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데뷔 후 가장 낮은 141.7km/h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올 시즌은 146.5km/h까지 올라 데뷔 후 가장 빠른 공을 던진다. 최고 구속도 150km/h에 육박한다.
자연스레 성적이 올랐다. 22경기에 출전해 1승 평균자책점 2.32라는 기대 이상의 투구를 펼쳤다. 31이닝을 던지며 단 8자책점만 허용했다. 올해 투수진이 부상이나 부진으로 고전한 두산에는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다.


이대로 박신지가 본궤도에 오르면 2018년에 지명된 두산의 ‘우완 트로이카’가 비로소 모두 제 몫을 하게 된다. 1차 지명자 곽빈은 부상을 털고 돌아와 두산의 토종 에이스이자 국가대표 우완으로 발돋움했다. 2차 2라운드에 지명된 정철원은 두산에서 신인왕을 받고 현재는 롯데의 필승조로 활약 중이다.
그 사이에 있는 박신지만 아직 잠재력을 다 드러내지 못해 아쉬움을 사고 있었다. 그런데 올 시즌에 드디어 껍질을 깨고 나올 기미가 보인다. 이대로 두산 투수진의 새 활력소가 돼줄 지 기대가 모인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