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록’ 깨졌어도 괜찮아, “네 덕에 숨 쉬어”…‘성0점대탁’은 현재진행형, 부담감 털고 과감하게 날개 펼칠 기회다

[SPORTALKOREA] 한휘 기자= 비록 KBO리그 ‘역대 최고’를 향한 행진은 멈췄어도 성영탁의 활약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성영탁은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 팀의 4번째 투수로 등판해 ⅔이닝 1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성영탁은 절체절명의 상황에 출격 명령을 받았다. 6-6으로 맞선 6회 말 1사 1, 2루 위기에서 최지민 대신 마운드에 섰다. 키움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임지열을 만났다.
결과는 아쉬웠다. 2-1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던진 4구째 낮은 커터를 임지열이 제대로 받아 쳤다. 쭉 뻗어 나간 타구는 좌중간 담장을 넘어 관중석에 떨어지는 역전 스리런 홈런(4호)이 됐다. 순식간에 경기가 크게 기울어졌다.

이 홈런은 성영탁 개인에게는 더욱 아쉬움이 남는 홈런이다. 성영탁은 지난 5월 20일 첫 1군 경기를 치른 이래로 17⅓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 왔다. KIA 구단 역사상 데뷔 후 최장 기간 무실점 기록을 새로 썼다.
이대로 호투를 펼치면 KBO리그 전체 1위에도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이 피어났다. 현재 최고 기록은 키움 김인범이 기록한 19⅔이닝이다. 2위는 현대 유니콘스 조용준의 18이닝이다. 코앞까지 다다랐으나 임지열의 홈런으로 성영탁의 무실점 행진은 마침표를 찍었다.
이 홈런으로 팀도 6-9로 지며 연승이 6경기로 마무리됐다. 여러모로 뼈아픈 경기였다. 그럼에도 성영탁을 탓할 수는 없다. 이미 충분히 기대를 뛰어넘는 활약을 펼쳐 왔다.

성영탁은 지난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0라운드 전체 96순위라는 낮은 순번에 지명됐다. 부산고 시절 성적은 좋았으나 다소 느린 구속이 발목을 잡았다. 성장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붙으며 순번이 많이 밀렸다.
그런데 예상보다 성장세가 빨랐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23경기 2승 2패 2홀드 평균자책점 4.05로 10라운더 치고 준수한 첫 시즌을 보냈다. 올 시즌도 불펜 투수로 나설 때는 부진했으나 선발로 나선 3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3.00(12이닝 4실점)으로 선전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147~8km/h 정도로 향상된 것이 주효했다.
이에 1군 기회를 잡더니 곧바로 호투를 펼치며 모두의 주목을 받았다. ‘하위 라운더 신화’ 대열에 당당히 합류했다. 장기적으로 선발 투수로도 기용해 봄 직하다는 호평을 들었다.

이날도 홈런은 맞았으나 성영탁의 투구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애초에 임지열에게 홈런을 맞은 공도 스트라이크 존보다 낮게 떨어지는 커터였다. 그걸 임지열이 노리고 퍼 올린 것이다. 임지열이 너무 잘 쳤을 뿐이지 성영탁이 못 던진 것은 아니다.
더구나 홈런 이후 흔들릴 법한데도 성영탁은 침착했다. 최주환을 3구 만에 2루수 땅볼로 잡은 뒤 이주형을 5구 만에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불이 더 번지지 않게 막고 임무를 마쳤다. 신인 투수답지 않은 담대함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KIA 팬들 가운데서도 성영탁을 탓하는 이는 없다. 경기 후 KIA 구단 SNS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댓글은 “영탁아 네 덕에 우리 숨 쉬어”, “네가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라는 극찬과 위로였다. 오히려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성영탁을 올린 이범호 감독을 향한 성토가 많았다.
성영탁의 기록은 14경기 18이닝 1홀드 평균자책점 0.50으로 여전히 좋다. 무실점이라서 붙은 ‘성0탁’이라는 별명은 이제 못쓰게 됐지만, ‘성0점대탁’은 유효하다. 오히려 기록에 대한 부담을 털고 더 과감하게 날개를 펼칠 기회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