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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하고 또 토했다…그래도 큐를 놓을 수 없었다”

등급아이콘 레벨아이콘 스포츠뉴스 0 14 04.04 09:00

“토하고 또 토했다…그래도 큐를 놓을 수 없었다”

 

 

경기 전 10분 간격으로 3번을 토했다. 불안한 마음에 비닐봉지를 들고 경기장에 들어갔다. 이긴 뒤 나가서는 곧바로 다시 토했다. 지난달 9일 제주에서 열린 ‘에스케이(SK)렌터카 제주특별자치도 PBA-LPBA 월드챔피언십’ D조 스롱 피아비와 대결의 숨겨진 뒷 이야기다. 승부사 정수빈(NH농협카드)은 장염으로 울렁거리는 속을 참고, 무서운 독기로 2-0으로 이겼다.

 

‘당구장 알바’ 출신의 스타 정수빈에게 2024~2025시즌은 기억에 남을 만하다. 시즌 전 엔에이치(NH)농협카드의 지명을 받아 팀리그에 진입하는 꿈을 이뤘고, 시즌 두 번째 투어인 하나카드 챔피언십 64강전에서는 절대강자인 김가영을 꺾은 뒤 4강전까지 내달렸다. 지난달 월드챔피언십 대회가 열린 제주 한라체육관 근처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어떻게 가영 언니를 이겼는지 모르겠다. 쪽팔리지만 말고 치자고 생각했다”고 회상했지만, 이 경기로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21년 대학 3학년 때 당구장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처음 큐를 잡았던 늦깎이의 폭풍 질주는 성적에서 드러난다. 제비스코 상금 랭킹 9위, 포인트 랭킹 9위로 톱10에 진입했고, 왕중왕전 성격의 시즌 최종전인 월드챔피언십에서는 32명 출전자 가운데 전체 1위(3승·애버리지 1.347)로 16강에 진출했다.

 

월드챔피언십 16강전에서 스롱과 다시 만난 것은 악연이었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정수빈이 히가시우치 나쓰미를 완파한 덕에 같은 조의 스롱이 2위로 16강행 막차를 탈 수 있었는데, 스롱이 16강전에서 정수빈에게 ‘한 방’을 먹였다. 정수빈은 “스롱 언니가 이를 갈고 나온 것 같았다. 애버리지 2.357로 무섭게 압박했다”고 돌아봤다.

 

패배는 아프지만 자극제 구실을 한다. 최정상의 몇몇을 제외하고는 선수 간 실력 차이가 크지 않은 여자부에서는 언제든 추월이 가능하다. 정수빈이 다음 시즌을 대비해 마음을 다잡는 이유다. 그는 “비시즌에 배팅력과 멘털, 기본기, 뱅크샷 능력을 끌어올리겠다. 누구를 만나도 쉽게 지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배팅력이란 큐의 끝인 팁을 통해 공에 전달되는 힘의 강도와 정확성을 의미한다. 어려서부터 전문 선수의 길을 걷지 않은 그에게 공의 움직임과 방향을 제어하는 정교함을 장착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2022년 동호인으로 LPBA 무대에 초청받은 이래 보여준 폭풍 성장세 앞에 한계는 없어 보인다.

 

정확한 공 두께 계산, 결대로 치는 능력, 결정력은 그의 장점이다. 엔에이치농협카드의 주장 조재호 등 남자 선수들한테 배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는 “하루 4~5시간 개인 연습을 하고 실전 같은 게임도 한다. 일주일에 1~2일은 아예 운동을 안 하고 푹 쉰다”고 훈련 방식을 소개했다. 대신 질과 집중도에는 바짝 신경을 쓴다. 그는 “왜 안 맞는지 정확히 알 필요가 있는데,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 구력이 쌓이면 유리한 것은 확실하다. 효과적으로 연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정수빈은 “중고교 시절 체육 시간이 무척 즐거웠다. 키가 크기 때문에 농구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프로 스포츠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숙명여대 통계학과에 진학한 뒤에는 금융기관 취업을 주로 고민했다.

 

우연히 만난 당구의 매력은 모든 것을 바꿨다. 그는 “처음 큐를 잡았을 때 너무 흥분됐다. 당구 하는 분들이 멋있게 보였다”고 했다. 또 “젊은 여성들이 당구장에 많이 가면 좋겠다. 혼자라 어려우면 남자나 여자 친구와 함께 가면 된다. 스리쿠션은 엄청 재미있다. 어르신도 당구를 하게 되면 머리를 많이 써 두뇌 활동에 좋다. 생활 스포츠로 당구를 강력하게 추천한다”고 했다.

 

프로 선수라는 타이틀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그에게 최고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정수빈은 “제 실력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다르다. 저를 응원해주는 팬들을 위해 우승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email protected]

 


“토하고 또 토했다…그래도 큐를 놓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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