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여자 프로배구 정관장이 13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오를 수 있었던 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 역할을 해낸 베테랑 세터 염혜선(34)과 6년차 아웃사이드 히터 박혜민(25)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29일 정관장과 현대건설의 플레이오프(PO·3전2승제) 3차전이 열린 수원체육관.
양 팀이 1승1패로 균형을 이뤄 챔피언결정전 진출 티켓이 걸린 '끝장 대결'이었다.
원정에서 1차전을 잡고 안방에서 2차전을 내준 정관장으로선 다시 원정에서 맞는 3차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특히 1차전 승리의 주역이었던 염혜선이 무릎 부상 여파로 2차전에는 아예 결장했던 만큼 3차전에 나설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1차전과 2차전 사이 휴식일에 충분히 쉬면서 치료받은 염혜선은 3차전에 선발 출장했고, 컴퓨터 토스로 외국인 쌍포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와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의 득점력을 배가했다.

부키리치와 메가는 각각 15득점과 26득점으로 41점을 합작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염혜선이 무릎 통증을 안고 투혼을 발휘해 얻어낸 값진 PO 3차전 3-1 승리였다.
정관장은 2011-12시즌 이후 무려 13년 만에 챔프전에 올라 31일부터 정규리그 1위 흥국생명과 맞붙게 됐다.
주장인 염혜선은 경기 후 "무릎 상태가 좋든 안 좋든 끝까지 해야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면서 "너무 오랜만에 챔프전에 올라 기분 좋다. 우리 선수들이 같은 마음으로 달려왔기 때문에 얻은 당연한 결과이고, 이런 결과를 이뤄내 기분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코트를 떠나는 '배구 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이 은퇴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치르는 챔프전에 나서는 것에 대해 "(우리 팀을 위해서라면)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독한 악역'이 되고 싶다"면서 "우리 멤버들과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부키리치와 메가의 화려한 스파이크 쇼 속에 박혜민의 '숨은 기여'도 인상적이었다.
박혜민은 2세트 도중 등 통증을 호소한 주전 리베로 노란 대신 교체된 최효서가 수비 불안을 드러내자 리베로로 긴급 투입됐다.
리베로 포지션이 아닌 아웃사이드 히터지만, 위기 상황에서 중책을 맡은 것이다.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상 엔트리 안에 리베로 2명이 모두 뛸 수 없으면 새로운 선수를 재지명할 수 있게 돼 있다.
박혜민은 우려를 깨고 무려 15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정관장 승리에 디딤돌이 됐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박혜민 덕분에 승리했다"라며 칭찬했다.
박혜민은 "감독님께서 괜찮으니 분위기를 살려 달라고 했다. (최)효서보다는 제가 경험이 많아 감독님께서 투입하신 것 같다. 믿어주셔서 감사하다"라면서 "감각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제 연차가 쌓였다. 연습했던 것을 믿었다"라고 겸손함을 보였다.
그는 챔프전에서 리베로로 뛸 가능성과 관련해 "이전 팀에서 챔프전에 간 것보다 이번이 더 좋은 것 같다. 팀에 기여해 그런지 짜릿하고 재미있다"면서 "원래 하던 서브, 후위 수비로 들어가든 리베로로 들어가든 팀에 도움이 되겠다"라는 각오를 전했다.



위기서 빛난 챔프전 진출의 숨은 주역 염혜선·박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