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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여자축구 밤카툰의 '여걸' "우리 도시에선 여자팀 더 인기"
스포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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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3 12:00
후반 36분 인천 현대제철의 결승 골이 나오기 전까지 답답한 헛심 공방만 이어진 가운데 터치라인에 붙어 그라운드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여성의 존재감이 점점 커져 갔다.
검은 히잡을 쓴 채 쉬지 않고 선수들을 닦달하는 작은 체구의 여성은 이란 여자축구팀 밤 카툰의 마르지예 자파리 감독이었다.
자파리 감독의 열렬한 호통에도 밤 카툰은 경기 내내 수세에 몰리다가 반격 기회를 잡지 못하고 0-1로 졌다.
올 시즌 처음으로 개최된 여자 ACL 우승을 마음에 품었던 자파리 감독과 밤 카툰의 여정도 이렇게 끝이 났다.
자파리 감독은 경기 후 "난 항상 벤치 밖에 머물면서 선수들에게 소리 지른다. ACL이 아니라 연습 경기라도 똑같다"며 "국제전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이라 어려운 경기였다"고 말했다.
1982년생으로, 40대 초반인 자파리 감독은 팀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이란 케르만주(州)의 밤을 연고로 둔 밤 카툰은 이란 여자축구리그에서 10회 우승을 자랑하는 명문 구단이다. 밤 카툰은 10차례 우승을 모두 자파리 감독과 함께했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아버지한테 축구를 배운 자파리 감독은 축구를 운명으로 받아들여 이미 17세 때 선수들을 모아 독립 구단의 감독을 자처했을 정도다.
대부분 선수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았으나 연령을 초월하는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휘해 팀을 장악한 자파리 감독에게 2003년 갑작스러운 비극이 닥쳤다고 한다.
자파리 감독은 2003년 밤에 대형 지진이 발생하면서 선수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다고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밝혔다.
아픔을 딛고 다시 축구계로 돌아온 자파리 감독은 2004년부터 맡은 팀을 밤을 넘어 이란을 대표하는 여자축구팀으로 키우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서사와 독보적 성과에 자파리 감독은 이란에서도 여자축구의 상징과도 같은 지도자로 인정받고 있다.
자파리 감독은 "오늘날 여자축구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며 "한 가지 예시를 들어보겠다. 우리 도시에서는 밤 카툰이 남자팀보다 더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AFC도 ACL과 같은 전문적인 대회를 시작하고, 운영하고 있다. 여자 ACL을 신설한 AFC에 감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 시즌까지 AFC 여자 클럽 챔피언십으로 개최되다가 2024-2025시즌부터 정식 대회로 열린 초대 여자 ACL에는 현대제철, 밤 카툰 등 아시아 전역에서 총 12개 팀이 참가했다.
자파리 감독은 "이런 대회가 앞으로 여자축구의 가치를 더욱 올릴 것이고, 이에 매력을 느낀 후원사와 투자자들로부터 자본도 흘러들어올 것"이라며 "여자축구는 이런 과정을 통해 발전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음 시즌에 다시 돌아오겠다. 이란을 대표해서 최고의 결과를 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여자 ACL을 기회로 여기는 건 자파리 감독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이제 우승까지 2승을 남겨둔 현대제철의 주장 장창은 "여자 ACL과 같은 대회는 몇 년 전만 해도 절대 상상하지 못한 무대였다. 우리는 항상 이런 기회가 오길 바랐다"며 "여자축구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는 게 보여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 클럽 챔피언십 결승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대회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일본 우라와와 결승을 치르면서 점점 성장하는 아시아 무대에서 나라를 대표해 뛴다는 의미를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클럽 챔피언십 결승까지 올랐으나 우라와 레즈 다이아몬드에 막혀 우승은 놓쳤다.
첫 정식 대회로 치러지는 여자 ACL에서 지난해 아픔을 설욕하고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대항전까지 올라가겠다는 게 현대제철의 포부다.
이번 대회를 우승하면 FIFA가 새로 출범한 여자 챔피언스컵 출전권을 받는다. 연맹별 클럽대회에서 우승한 6개 팀이 나와 세계 최고 클럽팀을 가리는 대회로, 사실상 '클럽 월드컵'이다.
장창은 "선수들끼리는 '초대 클럽 월드컵 꼭 출전해보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우리에게는 큰 동기가 된다"고 말했다.
이란여자축구 밤카툰의 '여걸' "우리 도시에선 여자팀 더 인기"